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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울·바이칼호·몽골·유럽… 8,400㎞ 자전거 여행

2018-10-17

 

수채화 물감과 팔레트, 붓 한 자루, 스케치북을 들고 서울에서 동해로, 동해에서 블라디보스톡, 우스리스크를 지나 중국 훈춘으로, 다시 바이칼호수를 거쳐 몽골, 시베리아 횡단, 유럽의 끝 포르투갈 호카곶을 자전거를 타고 일주한 퇴직한 중년의 여행기다. 218일 동안 현장에서 느낀 감정을 적은 메모와 사진이 현장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그는 여행 도중 『반야심경』, 『장자』를 곁들인 철학적 메시지를 전한다.

 


저자는 버스를 타고 중국 도문(圖們)에 내려 두만강 중조(中朝)국경을 찾았다. 날씨 탓인지 모르겠지만 을씨년스럽고 썰렁하다. 두만강 폭은 생각보다 좁고 물의 흐름이 빠르고 탁하다. 도문-훈춘 간 국도는 두만강 물길을 따라 나 있다. 강 건너는 북한이다. 강가에서 한참을 서성이면서 우리는 어쩌다 서로 반복하게 됐을까, 생각해본다. 드문드문 농가가 한두 채씩 보이는데 고립되고 고독하고 남루한 풍경이다.


몽골 알타이는 이상한 도시이다. 다른 계절은 모르지만 머무는 3일 내내 바람이 불었다. 황량하고 휑하다. 겨울도 아닌데 겨울바람 소리가 나고 새벽에는 모래먼지가 도시를 서서히 덮어온다. 다른 곳은 몰라도 여기서는 사람이 살 수 없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왜 이런 곳에 모여 살게 됐을까? 도착하면서부터 나갈 궁리를 했던 것 같다. 몽골의 버스는 실명제다. 표를 살 때 여권을 제시해야 하고 승차 후 별도의 양식지에 이름을 쓰고 사인해야 한다.

울란바토르에는 천진벌덕이란 곳이 있다. 전투에 지친 말을 조련하던 칭기즈칸이 황금채찍을 발견한 곳이라고 전해진다. 현재는 스테인리스로 된 높이 40m의 거대한 칭기즈칸의 말 탄 상이 있고 내부에는 기네스북에 등재됐었다는 세계 최대 크기의 가죽장화가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말머리에도 올라갈 수 있다. 울란바토르에는 이런 무모한 조형물보다 도서관 하나가 더 필요하지 않나 싶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게 나는 싫고 남들이 높이는 걸 나는 하찮게 여기니…." - 정길수 편역, 『허균 선집』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에르미타쥬 박물관을 찾았다. 매월 첫 주 목요일은 박물관을 무료로 개방한다. 광장 가운데에는 알렉산더 기둥이 우뚝 서 있을 뿐 광장을 꾸미려는 다른 어떤 기교도 보이지 않는다. 숨이 탁 트인다. 이곳에서 1905년 피의 일요일 사건, 1917년 10월 혁명이 일어나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장소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울렁거린다. 알렉산더 기둥의 알렉산더는 우리가 알고 있는 알렉산더 대왕이 아니라 나폴레옹 군대에 맞서 싸워 승리한 러시아 황제 알렉산더 1세이다. 동상은 높이 47.5m, 무게는 59만9,994kg으로 엄청난 규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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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readers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81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