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나무

HOME도서정보도서관련기사

도서정보

도서관련기사

과학에 스토리 입혀 추리물 쓰게 한 선생님

2017-07-04

과학에 스토리 입혀 추리물 쓰게 한 선생님  누군가 교장선생님에게 악의를 품고 과망가니즈산 칼륨을 물에 타서 포도 주스라고 건넨 게 아닐까? 그렇다면 교장 선생님은 자살한 게 아니라 살해당한 거야!”
 인천공항고 윤자영 과학교사 사이언픽션동아리 회원 8명 지도
수업서 배운 과학 활용해 소설 펴내 윤 교사 과학 흥미 북돋우고 싶어




 


 학생들 “책을 낸 게 신기하고 뿌듯  지난 5월 출간된 단편소설집 해피엔드는 없다(사진)에 수록된 소설 죽음의 포도 주스의 한 대목이다. 소설은 비 오는 날 자기 사무실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어느 학교 교장의 미스터리를 학생 다섯이 과학 지식을 활용해 해결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처럼 해피엔드는 없다에 담긴 소설 9편은 교통사고, 연쇄살인 사건 등의 의혹을 과학으로 풀어나가는 추리물이다.
 
소설집에 담긴 9편의 저자는 인천공항고 3학년 학생 8명과 이 학교 과학교사 윤자영(39)씨다. 학교 동아리 사이언픽션회원들이다.
 
사이언픽션은 수업에서 배운 과학지식을 활용해 소설을 써보자는 윤 교사의 제안으로 지난해 8월 꾸려졌다. 당시 2학년이던 학생들은 매일 1시간씩 일찍 등교했고, 지난해 연말 원고지 80매 분량의 단편 8편을 완성했다. 2015년 추리소설 작가로 등단한 윤 교사는 학생들의 동아리 활동을 지원하는 교육부 사업에 응모해 소설집 출간 비용을 해결했다.
 
윤 교사는 소설집 출간에 대해 수업 시간에 새로운 과학 이론을 접한 학생들로부터 이런 것은 왜 배우느냐’ ‘배워서 어디에 쓰냐는 질문을 종종 받았다면서 과학 이론이 실생활과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알려주고 과학에 대한 흥미도 북돋워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윤 교사는 수업 때도 추리소설을 연상케 하는 퀴즈를 학생들에게 던져 흥미를 유발한다. 가령 어느 여름 체육시간이 끝나고 목마른 학생들이 생수통 앞으로 몰려갔어. 대부분은 물맛이 쓰네하며 이내 물을 뱉고 마시지 않았지. 그런데 몇몇은 괜찮은데하며 벌컥벌컥 마셨어. 그런데 물을 마신 아이들이 차례로 죽어간 거야.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하는 식이다.
 
윤 교사가 이런 질문을 던지면 호기심 많은 학생들이 잇따라 손을 든다. 자기만의 추리를 내놓거나, 추리의 실마리가 될 추가 단서를 윤 교사에게 요구한다. 윤 교사의 정답은 이랬다.
 
누군가 생수통에 독을 탄 거야. 독이 투명하니까 눈에는 안 보였겠지. 하지만 쓴 맛이 나서 대다수 학생들은 물맛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챘어. 그런데 소수는 쓴 맛을 느끼지 못했어. 이들처럼 특정한 맛을 느끼지 못하는 증상을 미맹(味盲)이라고 해. 미맹은 열성유전에 속해서 잘 유전되지는 않아. 이런 미맹을 식별하는 시약도 있어. PTC 용액인데, 독성 때문에 많이 먹으면 죽게 돼. 이날 누군가 다량의 PTC 용액을 생수병에 넣었던 게야.
윤 교사의 이런 방식에 재미를 느낀 학생 몇몇은 수업에서 배운 과학 원리를 활용해 직접 퀴즈를 만들어 윤 교사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윤 교사는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직접 쓰는 과학추리소설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죽음의 포도 주스를 쓴 3학년 김지윤양은 내 글이 책이 되어 서점에 놓인다니 신기하다고 말했다. 이 경험 덕분에 교과서를 대하는 시선도 바뀌었다고 한다. “‘어렵고 재미없다고 여기던 교과서 내용도 소설의 소재나 정보로 보여 흥미로워졌다. 대학에 가서도 글쓰기에 계속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3학년 남용준군은 이유같지 않은 이유라는 제목의 단편을 썼다. 화학 주기율표 1족 알칼리 금속이 물에 닿으면 쉽게 산화하는 특성을 활용해 범행을 저지른 연쇄살인범에 관한 내용이다. 남군은 창작의 재미를 새삼 깨달았다. 아침에 글을 쓰는 짧은 시간 동안 공부로 쌓인 스트레스가 다 사라지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 원본보기

http://news.joins.com/article/217245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