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하는 이유 묻지 마라
방 한 칸, 들이지 못해 부끄럽다
당신에게 지어 주고 싶은
세상에서
가장 높고 따뜻한 건축 양식
-「가장 높고 따뜻한」 전문
현대인의 문제는 생존의 위협과 삶의 고통을 일정 부분 감내하며 산다는 것이다.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전염병의 창궐, 불의의 인위적 사고 앞에 우리의 생명은 무력하게 놓여 있는 데다, 대중의 욕구는 제어할 수 없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인간을 괴롭히는 것은 불안정성과 욕구이다. 시적 화자처럼 “당신에게” “세상에서 / 가장 높고 따뜻한 건축 양식”으로 집 한 채 지어 주고 싶으나 현실은 “방 한 칸” 들이지 못할 만큼 여력이 없다. 어디에도 요구할 수 없음으로 욕구는 억눌리고 주체의 삶은 고통스럽고 아플 수밖에 없다. 모든 생명은 존재 그 자체로서 가치가 있음으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존중받으며 가치를 지니는 것은 자본밖에 없다. 화자가 “아파하는 이유 묻지” 않아도 안다.
디카시의 매력은 여기에 있다. 「가장 높고 따뜻한」 작품을 사진만 읽어 보자. 또 따로 문장만 읽어 보자.
영상과 문장을 분리하면 시적 의미가 발화되지 않는다. “가장 높고 따뜻한 건축 양식”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디카시는 영상이 문장을, 문장이 영상을 보완하거나 조력하는 것이 아니다. 독립적인 두 개체가 융합하여 새로운 어떤 것으로 창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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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 튀는,
이름 하나 가져야겠다
불쑥 뱉은 말 한마디에 번지는
환희의 파문들
너도, 내 가슴에 돌 한번 던져 보렴
- 「퐁당」 전문
인간은 욕망하는 존재다. 주체가 욕망하는 동안은 잔잔한 흥분 상태를 유지하려는 쾌락 원칙을 넘어 상징계의 매개 없이도 직접 사물과 통교하려 한다. 이와 반대로 욕망하지 않을 때는 긴장이 없는 죽음에 이르렀을 때이다.
화자의 욕망은 “통통 튀는, 이름 하나” 갖는 것이다. “불쑥 뱉은 말 한마디”에 점화되었는데 “환희의 파문”에 매혹당하지 않을 수 없다. 주체는 환희니, 향유니 하는 안전장치를 건너뛰어 대상을 직접 찾아 나서는 위험한 시도를 감행하고자 한다. “너도, 내 가슴에 돌 한번 던져 보라”는 것이다. ‘퐁당’ 빠져도 개의치 않겠다는 심리이다.
디카시 창작에 있어 영상은 주체의 사유를 구체화하며 직관력을 길러 주고 사유의 폭을 확장하는 데 도움을 준다. 사물이 품고 있는 다양한 언어를 시인의 언어로 복기하는 작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좋은 디카시는 시인의 사유 방식이 시적 사물과 만났을 때 시인의 사유 깊이에 따라 드러나는 시적 매혹의 폭이라 할 수 있다. 저 돌팔매가 만들어 내는 파장과 같다. (181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