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여 년 전 세 뼘 작은 감나무를 심어 주셨던
친정엄마 생각에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고….
담덕은 군대 복귀한 작은형아 생각에 까치발을 하고
창밖을 보다 형아 방 침대에서 잠이 들었다.
담덕이의 그 애틋한 마음을 알기에
작은아이 냄새가 남아 있는 이불을 덮어 주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그리운 눈부신 가을날이다.(29쪽)
『폭풍의 언덕』의 히드클리프와 캐서린이 떠올랐던 밤이 지나가고…
떨어진 나뭇가지를 줍다 보니 비옷을 입은 담덕이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처마 밑을 응시하고 있다.
“안녕? 꺼비 총각이 있었구나.”
우리가 꺼비 총각이라 부르는 두꺼비가
비를 피해 함석 화분 옆에 웅크리고 있다.
폭우에 밤새 외로웠나 보다. 우리가 사랑해 줄게♡
우리의 영혼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든지
히드클리프의 영혼과 내 영혼은 같다고 한 캐서린의 말처럼
나의 영혼도 담덕의 영혼처럼 맑게, 같았으면…^^ (163쪽)
가게 화장실에서 이십여 년을 사용하는
손 닦는 수건은 낡아서 새로 만들어 두고,
예전에는 포장 봉투도 남는 종이나 천으로 만들었었다.
… 우리의 아이들이, 담덕이랑 또 다른 소중한 생명체들이랑 같이
자연 속에서 어우러져야 하지 않겠는가
그저 고마운 이 땅에 살고 있으니~^^ (167-168쪽)
58일 긴 여름 장마 뒤의 가을이라 그렇겠지
레몬밤은 지금 더 싱싱해 보이고 한련화도 참 어여쁘다.
매혹적인 향을 거부할 수 없는 바질도,
달콤한 스테비아도 꽃을 피워 버렸다.
방치해 두어 핀 꽃들이 밉지 않다.
좋아하는 큰 토분에 심었던 페퍼민트는
예뻐서 따지 않고 여름날을 두었더니,
이 가을 야윈 몸으로 보라색 꽃을 피워 벌들이 찾아온다. (21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