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들의 질문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중국의 지도력(리더십)은 어디서 나오는가. 중국식 영도력의 핵심에 대한 질문이다. 일반적인 독재체제와 달리 유연한 정책 변화가 가능한 이유가 무엇인가. 1인 1표로 선출직 공직자를 선출하는 직접민주주의는 과연 중국식 정치제도보다 우월한가. 이런 질문들을 조금 거칠게 표현하자면 “왜 중국은 망하지 않는가?”라는 것이다. 우선 중국공산당 창건 100주년을 맞아 당의 유력한 필진들이 주장하는 ‘중국공산당이 강성해진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1920년대 압도적 물리력과 인적 자원, 적어도 5만 명이 넘는 당원을 보유했던 국민당 정부를 붕괴시키고 대륙을 통일한 힘은 인민주의에 있다는 것. 부패한 국민당 간부가 인민을 가혹하게 수탈할 때 홍군은 인민 속으로 들어가 그들과 동고동락했기에 소수의 공산당이 내전을 통해 승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과감한 변화와 혁신이다. (22-23쪽)
문화대혁명을 겪은 중국공산당은 정치 시스템도 혁신했다. 당권이 특정 1인에게 과도하게 지배되는 것을 막고, 개인숭배 대신 당내 토론을 장려하며 사회주의 건설을 지속성을 보장하기 위한 독특한 권력 승계 시스템을 창조한 것이다.
문혁을 거치며 중국공산당은 2개의 기본 노선을 확고히 할 수 있었다. 하나는 개인숭배와 1인 지배영도체제에서 집단지도체계로 헌법과 당장(黨葬)을 수정한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현실을 토대로 이념과 노선을 적용한다는 ‘실사구시’다. 중국공산당은 이 금칙을 얻기 위해 인류사에 유례없는 희생을 치러야 했다. 오늘날 중국의 형상과 중국인의 마음은 이렇듯 가장 참혹한 역사에서 빠져나오며 만들어진 것이다. (98-99쪽)
현능(賢能)정치란 덕이 있고 유능한 지도자의 리더십으로 그 빛을 발하는 정치를 뜻한다. 현능주의를 서방의 정치학계에선 ‘meritocracy’로 표기하는데, 이를 한국어로 직역하면 능력주의, 실적주의, 업적주의다. 이는 주로 부의 분배 기준이 신분과 계급적 배경이 아닌 노력과 능력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개념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현능(賢能)주의’에서의 ‘현능’은 능력뿐 아니라 덕성까지 포괄하고 있는 개념이다. 동아시아에서 전통적으로 성군과 군자의 덕목으로 꼽는 인(仁), 민중에 대한 자애로움과 헌신이라는 개념이 현능주의에 들어가 있는 것이다.
벨 교수는 중국의 현능주의를 작동시키는 핵심 장치가 인재 등용이라고 주장했다. 즉, 중국공산당의 관료 교육과 선발, 검증과 훈련 과정이 중국식 사회주의가 요구하는 과학기술지식과 현대적 감각으로 무장한, 동시에 해안의 공업지대와 내륙의 빈곤한 농업지대를 모두 경험한 관료를 생산한다고 본 것이다.(104쪽)
중국 문화의 강점 중 하나는 종교적 신념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나 배타적 차별이 없다는 것이다. 중국에 유입된 종교문화는 자연스럽게 중국의 전통 사상과 융합되어 중국인의 생활 문화의 일부가 되었다.
그래서 종교 분쟁이 없고 종교인과 비종교인은 서로 존중하며 조화롭게 생활한다. 이것은 중국 문화의 통합과 관용을 반영하는 오랜 중국 전통 사상문화의 융합과 포용정신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이라는 나라는 하나의 가치 기준으로는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섞여 발전해 왔다. (217-21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