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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직업은 파수꾼입니다

    • 저자
      양승열
      페이지
      330 p
      판형
      145*220 mm
      정가
      15000원
    • 출간일
      2023-04-17
      ISBN
      979-11-6752-286-3
      분류
      문학
      출판사
      책과나무
    • 판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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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36년간 한눈팔지 않고 성실하게 일해 온 공무원 파수꾼 양승열의 행정 에세이. 공무원으로 살아오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며 ‘사람의 숲’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으며 만들어 온 저자가 그간의 기록을 날것 그대로 담았다. 그래서 이 책에는 사람이, 현장이, 공무가 살아 숨 쉰다. 현장을 담은 이야기라 생생하고, 때론 화가 나기도 하지만 웃음도 담겨 있다. 공무원이나 공직 지망생들에게는 반면교사 또는 정면교사의 경험칙이, 그렇지 않은 분들에게는 ‘조직’의 날것을 조금이나마 엿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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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전주제지(삼성), 종로구청, 도봉구청, 서울시청, 마포구청 에서 민간 부문과 공공 부문을 두루 경험하였다. 현재는 현 업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관광학을 공부 중이다.
청나라의 문인 오교(吳喬)는 “산문은 쌀로 밥을 짓는 것이 요, 시는 쌀로 술을 빚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런 마음 자세로 산다.

블로그 https://blog.naver.com/comodos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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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독자에게 드립니다

CHAPTER 1 사람의 숲에서 길을 찾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왕과 히자마즈리 문화
어매, 어디쯤 가셨습니까
이제는 고등고시(高等考試)를 폐지해야 할 때
미혹되지 마소
천생연분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떤 이들은 지하수를 닮았다
그 동네 꼴통 동장
호주머니 속 그 도토리
퇴임을 앞두고 K에게
국밥집에 앉아서
어쩌다 문득
축구, 그 아름다움에 대하여
한국인은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는다
‘송곳’에 대한 기묘한 침묵
괴롭힘의 조직화
시스템 안에서의 사적 보복
퇴직하니 매일 천국행이다
저녁 밥상 위 고등어의 눈을 보며
사람의 숲에서 재목을 알아보기
악(岳) 악(岳) 찾다 악악하는
반성문
요행과 다행, 우연과 운명 사이에서
국회의원이 저임금 노동자라면
승진의 고수
사과와 용서, 그리고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미치광이 여행자병과 떠남의 미학

CHAPTER 2 공인의 구실과 역할
폐문부재
종로에서 마포종점까지
더디 가도 곧게 간다
심장은 언제 뛰는가
말(語)이 얼음이 되어 깨지는 순간
문제가 있다면 뒤져야지요
관리자의 자질과 덕목 ① 상사 평가의 법칙: 느슨한 놈, 깐깐한 놈, 이상한 놈 사이에서
관리자의 자질과 덕목 ② 동장: 제 몫을 하되 여민동락(與民同樂)하라
관리자의 자질과 덕목 ③ 자치시대: 주민(住民)인가 주민(主民)인가
공덕동 언덕 위 귀곡산장
고로 나는 존재한다
탈락자들의 명제
가끔 민망해지는 그 시절의 ‘꿀꺽’에 대하여
주인 같은 종업원, 손님 같은 종업원
청탁에 대한 현명한 대응
Just do it
타율 0.036이지만
나를 담금질한 독재자들
때론 잡스(Jobs)처럼
법치주의(法治主義)의 본뜻
캐릭터산업을 위하여
원인에 대한 집착과 해결에 대한 집중
내가 행정실무주의에 학을 떼는 이유

CHAPTER 3 알아 두면 뼈가 되는 행정용어 모음
행정과 행정법
조직
행정구제
위원회
예산 및 결산
조세(租稅)
서울특별시장과 서울특별시
공무수탁사인과 공무수행사인
공유재산과 영조물
계약의 방법 및 체결
용역(用役)
도급(都給)
부관(附款)
부작위(不作爲)
불법과 위법
헷갈리는 아이들
옴부즈맨
법체계
알쏭달쏭 단독주택, 공동주택
테라스, 발코니, 베란다, 옹벽
후견인
선의와 악의
해지와 해제
심의·의결에서의 제척
체납처분
Epi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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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소개

내가 닥친 분노는 주로 일시적이고 즉흥적이라기보다 오래 묵은 적대감과 증오심 같은 것들이었다. 불법을 바로잡으려는 공무원과 그 ‘시정’으로 인해 자기 삶이 흔들린다고 믿는 이들. 하지만 만남이 그렇듯 사람마다 결이 있고, 또 극악할 것 같은 상황에서의 어떤 만남은 묘하게도 유순하게 흘러가곤 한다.

별것도 아닌 일로 직원을 쥐 잡듯 괴롭히는 민원인이 어느 날 나의 대수롭지 않은 행동으로 유순해지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사람마다 맞는 사람이 있는 것일까. 나는 천생연분까지는 아니더라도 악연이 시작되는 곳에서 좋은 인연의 씨앗이 뿌려지는 경험을 꽤 했다. (46-47쪽)

 

일주일이 지난 어느 날 아침, 작은 키의 여성이 딸과 함께 사무실에 찾아왔다.

“며칠 전 밤 너무 죄송했어요. 공무원인지 아닌지 의심해서요.”

그녀는 아현동 그 집은 57년 전 자신이 태어난 곳이라 했다. 여력이 있었으면 고치든지 재개발 때 다시 짓든지 했을 텐데 먹고사는 것이 힘들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고.

굳이 캐어묻진 못했지만 알 만한 사연이다. 우리네 부모님의 이야기.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를 그 집에서 낳아 길렀고, 그녀와 함께 자란 남매들에겐 그 다랑이처럼 쌓인 위태로운 계단이 하나의 우주이자 놀이터였을 것이다. 그녀는 성인이 되어 집을 떠났을 것이고 세월이 흐른 어느 날 그 집의 슬레이트를 얹었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담벼락에서 민들레를 살피던 어머니도 가셨을 것이다. 그녀에게 그 집은 포근한 동글 속 놀이터였고, 가족과의 사연을 구들장 바닥에 촘촘히 박아 넣던 유년기 전체였겠지.

생활이 어렵다는 말을 반복하며 연신 도와 달라는 그녀의 요청에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여북하면 그러시겠습니까? 아믄요!” (164쪽)

 

33℃의 폭염에 달구어진 도로가 신발 밑창을 악어처럼 집어삼키던 오후였다. 강제집행을 위해 여직원 3명과 트럭 5대가 동원되었다. 다행히 집행 과정에서 불상사는 없었다. 언론에 홍대 조폭들의 기사가 보도된 지 2달 만이었고, 홍대에 불법 노점이 들어선 지 20년가량 지난 시점이었다. 술을 즐기지 않지만, 이날만큼은 나도 시원한 맥주에 땀을 식히며 긴장했던 마음을 눅이고 싶었다.

강제집행 이후 거리는 넓어졌고 깔끔해진 홍대 거리는 젊은이와 예술인들의 낭만의 골목으로 변모해 갔다. 강남과 명동을 핫 플레이스로 즐기던 이들도 점차 홍대를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거리도 상권도 살아났다.

현장의 일을 하다 보면 때로 너무나 오랜 세월 방치되고 곪아 터진, 그야말로 층층이 쌓인 ‘적폐’가 구조적으로 고착된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가끔은 우리 사회의 부패 사슬이 저 위의 권력에서 밑바닥까지 얽혀 거대한 비위의 적층을 가진 피라미드로 보일 때가 있다. 그래서 피라미드 밑바닥일수록 사람들은 더 큰 압력을 받고, 먹이사슬로 엮인 이들의 아귀다툼은 더 치열한 것이 아닐까. (179-180쪽)

 

세 번째는 팬데믹 기간, 장기 휴지기를 활용해 상암동주민센터를 대대적으로 정비한 것이다. 사무용 집기 등 쌓아 놓은 물건이 고물상 같았던 주민센터 옥상에 녹지를 조성하고 주민과 직원들이 편히 쉴 수 있는 러브하우스를 꾸몄다. 시기도 적절했다. 다른 곳에서 코로나로 인해 사업을 못 하니 예산을 따오기도 한결 수월했다. 총예산 2천만 원가량이 들어갔지만, 찔끔찔끔 두어 번 하는 것보다 한 번에 제대로 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었다.

기업과 마찬가지로 공무원의 업무도 누가 맡느냐에 따라 성취 정도는 크게 차이 난다. 전임으로부터 업무를 인계받을 때 난 곳간을 연상한다. 적어도 1년 넘게 그 일을 했다면 곳간은 각종 곡식으로 잘 정돈되어야 있어야 한다.

하지만 곳간 열쇠와 장부를 받아서 곳간 문을 열면 두터운 먼지 가득한 공간에 양곡이 썩어 가고 있는 것을 확인할 때도 있다. 장부와 품목은 맞지 않고, 먹을 수 없는 음식도 양호한 곡식으로 분류해 놓은 것이다. 난 세상과 자신을 바라보는 관점, 즉 세계관에서 이 모든 것들이 차이 난다고 생각한다. 팬데믹 시절엔 이러한 차이가 더욱 잘 보였다.

Just do it. 그냥 하라고 했다. 몸을 먼저 들이밀고. (2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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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소명으로 삼고 살아온 36년 세월
꼴통 돌쇠 공무원의 행정 에세이”

파수꾼은 경계하여 지키는 일을 하는 사람을 뜻하기도 하지만, 어떤 일을 한눈팔지 않고 성실하게 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저자는 공무원으로서 36년간 한눈팔지 않고 성실하고 묵묵히 공무를 다한 사람이다. 그래서 이 책은 그의 고백서이자, 행정 에세이이자, 행정 백서이기도 하다.
직업을 바라보는 관점에는 생업(job), 직업(career), 소명(calling)의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저자는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소명으로 삼고 공직에서 일하는 동안 공무원에게도 푸른 기상과 영혼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살았다고 고백한다. 불타는 사명감으로 현장으로 나갔고, 또 어느 날은 사명감 없이도 저녁 밥상에 오른 한 공기의 쌀밥 앞에서 부끄럽지 않기 위해 일했다. 그래서일까? 그는 ‘꼴통’으로 소문이 났다.

“동장님, 꼴통으로 소문난 것 아시죠?”
“그래요? 강성이라는 얘기는 가끔 듣는데 ‘꼴통’은 처음이네요. 아주 흥미진진한데요. 누가 그래요?”
“의원님들이 다 그래요. 동장님은 골나면 의원들도 패 버린다면서요? 시방 동장님과 얘기해 보니 많이 달라 보이는데요?”
꼴통이라. 난 그 꼴통이라는 말이 싫지 않았다. 이름값 못하는 이들에 비하면 이 얼마나 홀가분한가. 밑져야 본전인데, 이보다 더 좋은 장사가 어디 있겠는가? (본문 중에서)

꼴통 소리를 들으며 36년간 억세게 살아온 돌쇠 공무원이 유쾌하게 쏘아 올린 이야기를 담고 있다. 팩트 위주이다 보니 빛보다는 그림자가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음과 희망을 잃지 않는다. 공무원으로 살아오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며 ‘사람의 숲’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으며 만들어 온 저자가 그간의 기록을 날것 그대로 담았다. ‘사람의 몸으로 쓴 모든 기록은 가치 있다.’는 말처럼, 그가 36년간 공직에서의 생활을 담은 이 기록의 가치는 무척 크다. 공무원이나 공직 지망생들에게는 반면교사 또는 정면교사의 경험칙이, 그렇지 않은 분들에게는 ‘조직’의 날것을 조금이나마 엿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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