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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문 오디세이아

    • 저자
      홍대욱
      페이지
      228 p p
      판형
      148*210 mm
      정가
      13000원
    • 출간일
      2021-12-21
      ISBN
      979-11-6752-085-2
      분류
      문학
      출판사
      책과나무
    • 판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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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시인이자 출판 편집자인 홍대욱이 독자로서 읽은 인문서의 서평, 편집자로서 만든 책의 편집후기 등을 자신의 지나간 삶의 역정과 엇섞어 한데 묶은 글 모둠이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같은 시대 삶의 일부로서 함께했던 인문학 서적에 관한 이 책이, 마치 그 시대를 함께한 양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고 마음을 치유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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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서울에서 나고 자랐으며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했고 여러 출판사에서 편집(책임)자로 일했다. 2019년 「위험한 권유」 등 5편으로 서울시인협회 월간 『시SEE』 추천시인상으로 새내기 시인이 되었다. 강원작가회의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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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시작하며 4

01 동시대의 가쁜 숨을 함께 쉬며

1. 한라의 핏빛 노래 10
2. 다른 색깔의 민주주의 13
3. 인사동 키드와 세 잡지 17
4. 피자 조각 운동장과 햇살 20
5. 나의 프랑스혁명사 책 읽기 앤솔로지 23
6. 나의 러시아혁명사 책 읽기 앤솔로지 28
7. 연애, 혁명 또는 초월 31
8. 당신은 뒤돌아보지 않고 직진할 수 있는가? 36
9. 사막에서 장미의 행방을 묻다 41
10. 빨갛던 내 손가락도 헛된 꿈이 아니었으리 47
11. 천사도 프라다를 입을까? 52
12. 사회주의 법인? 62
13. 삼각산 아래 볼 빨간 꿈 68
14. 초희는 말을 달려 어디로 갔을까? 72
15. 그녀의 견고한 고독 80
16. 고향에서 쫓겨난 예언자 87
17. 흡혈귀에게 목을 물리고 싶었다 92
18. 경애하는 로빈슨 여사 97
19. 얼녀를 찾아서 100
20. 빨간책의 진실 106

02 내가 읽은 책, 만든 책과 세상

21. 투가리의 와인 맛 112
22. 바나나 아빠는 왜 빨갱이였을까 116
23. 폭력의 참뜻 123
24. 날씨보다 걱정한 것 129
25. 눈이 불탄다 131
26. 봉기를 위한 시 139
27. 유리 천장 너머 하늘 144
28. 액체 영혼의 흔적 152
29. 자본이라는 흡혈귀의 그림자 156
30. 강철과 피의 휴머니즘은 가능한가? 160
31. 마르크스주의를 살려 낸 제세동기 165
32. 노동계급이여 새벽별을 노래하라 170
33. 둘이라는 병 180
34. 공간의 생로병사 187
35. 죽은 이들을 위한 책 191
36. 도시에도 체온이 있다 198
37. 계급 격차가 도시를 파괴한다 203
38. 두 후미코 씨 209
39. 꿈속의 대화 214
40. 사랑하라, 네가 원하는 것을 하라 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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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소개

같은 유치장에 있던 영업부장 선배에게 책 때문에 간첩 되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요, 했다. 그때였다. 한쪽 구석에 담요를 뒤집어쓰고 모로 누워 있던 한 사내가 부스스 몸을 일으켜 한마디 하는 것이었다. “괜찮을 겁니다. 이미 공공연한 책인데요, 뭘.” 바로 장편 서사시 「한라산」의 이산하 시인이었다. 그는 당시에 부정기 간행물 『녹두서평』에 「한라산」을 발표해 구속된 상태였다. (11쪽)

 

어느 날이었다. 나는 서머싯 몸에, 그리고 같은 방의 다른 이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에 몰입해 있었다. 교도관이 물었다. “123번, 무슨 책 봐?” “달과 6펜스요.”

“○○○번, 너는?”

“죄와 벌이요.”

교도관이 한숨을 내쉬고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아휴. 자식아, 진작 좀 읽지 그랬어.” (21쪽)

 

아편전쟁이 공급자의 전쟁이듯 혁명은 극약 처방 원인 제공자의 참화지만 이 난폭한 물결에 인민도 휩쓸려 죽어 나가는데, 혁명이 얼마든지 거듭되어도 좋다고 말하는 게 무척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가 역사의 고비마다 청산하지 못한 구체제의 적폐가 우리 아이들, 미래 세대를 두고두고 괴롭힐 것이 불을 보듯 훤한데 극약 처방만은 피해야 한다는 말만 거듭해야 할 것인가? (27쪽)

 

마르크스주의와 실존주의가 격돌했던 시대를 이미 지난 세기로 밀어 넣어 버린 지 한참인데도 여전히 ‘자아’는 위태롭다. “최악의 사회주의가 최선의 자본주의보다 낫다.”고 한 루카치조차 만년의 정치적 실각으로 유폐되자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카프카도 리얼리스트였다.” 1987년, 영국 총리 마거릿 대처는 ‘개인의 자유’에 대한 지나친 옹호에 사로잡혀 “사회 따위는 없다.”고 선언했다. 그녀의 자아는 지금 행복할까.

당신의 자아는 지금 어떤가? 뒤돌아보지 않고 직진할 수 있겠는가? (40쪽)

 

지금은 양성평등의 기치 아래 혁파되었지만 실은 남자만이 사람이라는 속뜻을 담고 있는 ‘호모 사피엔스’와 마찬가지로 ‘여류(女流)’라는 보수반동적 형용의 먼 상류 어디쯤엔가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인식되던 시인 허난설헌(許蘭雪軒)은 그러나 성리학 유일사상 체제의 전일적 지배 밑에서 도가적 인간 해방의 혁명을 꿈꾸었던 인문(人文) 전사다. (72쪽)

 

나의 이 일화는 여성의 정신과 육체에 대한 현대의학의 물질적 지배와 공포스러운 통제력을 보여 주는 것이다. 『보지의 정치(Vaginal Politics)』라는 책에서 엘렌 프랭크포트(Ellen Frankfort)는 산부인과 병원의 정치를 다음과 같이 예리하게 묘사하고 있다. ‘나는 어린아이였고 그는 어른이었다. 나는 발가벗었고 그는 옷을 입고 있었다. 나는 누워 있었고 그는 서 있었다. 나는 침묵했고 그는 명령하고 있었다.’ (150쪽)

 

벤야민 선생에게 묻지 못한 질문의 답을 나는 랑시에르의 책에서 얻었다.

“발터 벤야민이 상품이라는 환영과 파리의 산책 지형학에 입각하여 보들레르의 상상적 세계의 구조를 설명하면서 마르크스의 물신주의 이론에 의존하는 것은 바로 이 점 때문이다. 보들레르의 산책 장소는 파리의 그랑 불르바르보다는 물신주의 이론을 개념화한 발자크, 벤야민에게 직접적으로 영감을 준 루이 아라공의 초현실주의적 몽상에서 떠나지 않았던 발자크의 동굴-상점이 더 맞을 것이다.” (2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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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칠흑 같은 바다 위에서 만난 인문학 등대,
인생이라는 사막에서 만난 영혼의 인문서

“돌아가신 나의 어머니는 이 세상에 ‘나’라는 책을 남겼다. 나라는 책은 책을 읽으며 세상을 배웠고 책을 만들기도 하고 쓰기도 했다.”

이 책의 머리말에서 저자는 ‘나’라는 ‘책’이 ‘책’을 읽고 만든 역사를 적고 있다. 시인이자 출판 편집자인 이 책의 저자는 87년부터 책을 만들기 시작했지만 사실은 이 땅에 나고 자랄 때부터 책과 함께했다. 그래서 그는 책이고, 책은 그이며, 삶이고, 역사이다. 그래서 이 책에는 독자로서 읽은 책의 서평, 편집자로서 만든 책의 편집후기 등을 자신의 역사와 함께 담았다. 그리고 저자의 지난 삶의 역정은 우리나라 역사와 함께한다. 그래서 이 책에 담긴 40권의 인문학 서적은 같은 시대를 함께한 역사의 증거이자, 공감대의 원천이다.

“루카이저의 『죽은 이들을 위한 책』은 고대 이집트에서 미라와 함께 매장하던 사후세계 안내서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세월호와 가습기 살균제 참사 등에서 살아남은 자, 바로 우리에게 ‘삶의 길’을 알려 준다.”

저자는 책을 책 그 자체로만 보지 않고, 지금 여기 우리가 함께하는 세상과 결탁하여 엇섞는다. 인문학에서 과거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보고 미래 삶의 방향을 설정한다. 저자는 이렇듯 우리에게 삶의 길을 알려 주는 책의 숨은 기능을 바로 보는 혜안을 가졌다.
그런가 하면, 저자는 미래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작가뿐 아니라 원서를 옮긴 역자의 고충을 십분 이해한다.

“어떤 텍스트에 담긴 지은이의 영혼과 옮긴이의 영혼이 화학적으로 결합해 읽는 이의 영혼의 심지에 불을 지폈다고 말할 수 있다면, 나는 이덕희 선생과 칼릴 지브란의 『부러진 날개』, 안정효 선생과 카잔차키스의 『영혼의 자서전』, 김산해 선생과 『길가메시 서사시』그리고 바로 오영주 선생과 레지스 드브레의 『불타는 설원』을 서슴없이 든다.”

대부분의 독자가 원서가 아닌 우리말 번역서를 읽는다는 점을 볼 때, 편집자로서 여러 번역서를 접한 저자의 이러한 통찰력은 우리가 어떤 책을 볼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해 주기도 한다.
인생이라는 칠흑 같은 바다 위에서 만난 등대 같은 40권의 영혼의 인문서를 담은 이 책이, 인문학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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