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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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산책길
산이든, 들이든, 해변이든, 자연 속을 걷고 싶다.
자연 속을 걷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자연은 아름답고 맑고 깨끗하기 때문이다. 산책에 정해진 시간이 있을까만, 나는 유달리 황혼 무렵의 자연 속 산책을 좋아한다. 서녘에 등장하여 다변화된 모습을 보이는 저녁놀- 그 노을을 보며 걷기를 좋아한다. 이슬처럼 소리 없이 어둠이 내리듯, 조용히 자극된 운치를 자아내는 밤 숲 속의 정경을 좋아한다. 들려오는, 쓰르라미, 귀뚜라미, 베짱이 등의 풀벌레 소리-. 이런 것들에 편히 심취해 들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관악산엘 올랐다. 내려다보이는 한 도시는 점차 다색을 놓아간다. 만조의 바다처럼 빛으로 술렁거린다.
밤을 즐기며 흥청대는 사람이나, 내일을 위해 혼신의 집념을 불태우는 사람이나, 모두 하루치의 밤을 맞는다.
도시를 뒤로하고 숲길을 오르며 느끼는 마음의 평화로움에 일상의 번뇌를 벗는다. 4부 능선쯤을 오르다 펑퍼짐한 바위 위에 몸을 편다.
산엔 인적이 없다. 어둠뿐이요, 고요뿐이다.
혼자 앉아 듣는 풀벌레 소리. 닿는 만큼 상쾌한 산들바람. 듬성듬성 성기게 드러나는 밤하늘의 별들…… 숲과 하늘과 바람으로 인하여 나는 평안을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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