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방위산업이 세계 각국으로부터 좋은 평가와 함께 수출이 증가한 주요 원인으로 첨단 국방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우수한 성능, 신속한 생산 및 조달, 성능 대비 유리한 가격경쟁력 등을 꼽을 수 있으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일시적 요인도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2022년 2월에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19개월을 넘기고 있어 이제는 종전 이후도 대비해야 한다.
K-방산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낼 만큼 큰 성과를 냈지만, 반짝호황에 그치지 않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도 안정적인 방산수출 증가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방산정책과 방산업체의 수출전략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글로벌 방산수출 4위라는 목표가 일회성 구호로 끝나지 않고 K-방산이 지속적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고 지금의 방산수출 실적을 훌쩍 뛰어넘어 도약할 수 있도록 정부는 정책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다음과 같은 이유로 정부는 미국 방산시장 진출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15쪽)
이처럼 미국은 28개국과 RDP를 체결하여 적격국가 지위와 더불어 BAA 면제, 관세 면제 등 가격경쟁 측면에서 미국 방산업체와 동일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BAA에 의하면 제조품의 경우 미국 내에서 제조되어야 하고, 미국산 구성품의 원가가 전체 구성품의 55%를 넘어야 미국산으로 인정된다. 55%를 넘지 않으면 수출원가에 50%의 차별적인 금액을 할증하여 부과하는데, 이 비율은 2024년에 65%, 2029년에는 75%까지 상향될 예정이다. RDP 체결국에 대해서만 이러한 적용을 면제하고 있어 RDP 체결국이 아닌 경우 가격경쟁력에서 밀려 사실상 미국 시장 진출이 어렵다. 한국도 BAA를 적용받기 때문에, 미국시장에서 경쟁국이 RDP 체결국이고 제품의 성능이 유사하다면 훨씬 저렴한 가격을 제시한다고 해도 오히려 더 비싼 것으로 평가되어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36쪽)
미국 국방부는 캐나다와 최초로 RDP를 체결한 이후 2023년 9월 현재까지 28개국과 RDP를 체결하고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 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에서 발표한 2018~2022년 세계 각국의 방산수출 순위를 보면 미국은 세계방산시장 점유율 40%로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을 포함한 상위 10개국의 세계 방산시장 점유율은 90.78%에 이르고 있다. 한국은 방산수출 점유율 2.4%로 세계 9위이다.
상위 10개국을 들여다보면 미국과 RDP를 체결한 국가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RDP를 체결한 28개국 중에서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스페인, 이스라엘의 6개국이 10위권 내에 포진되어 있으며 이들은 197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미국과 RDP를 체결하였다. 상위 10개국 중에서는 미국을 제외한 중국·러시아·한국의 3개 국가만이 RDP를 체결하고 있지 않다. … 세계 방산수출 상위 10개국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과 적대 또는 경쟁관계를 유지해 왔던 점을 고려하면, 미국의 우방국 중에서 한국만이 유일하게 RDP를 체결하고 있지 않다. (86쪽)
RDP의 주된 목적인 합리화·표준화·상호운용성을 달성하기 위해 미국과 일본은 서로 다른 기술과 규격을 공유하고 적용하여 SM-3 Block II 미사일 시스템을 공동개발함으로써 우수한 성능의 무기체계를 보유하게 되었다. 이를 통해 미국과 일본은 더 강력한 안보관계를 구축하고, 군수품 및 장비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군수비용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결국 일본은 2016년 MOU 체결 당시 내부적으로 방산시장의 잠식 우려로 인한 반대의 목소리가 있었으나, 2021년에는 기존 MOU의 내용 변경 없이 10년 연장하는 데 서명했다.
반면 한국은 그동안 방사청을 중심으로 미국과의 공동연구개발 등을 추진해 왔으나, 내세울 만한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국내의 국방과학기술이 일정 수준에 도달한 만큼 미국과의 공동연구개발을 통하여 기술력을 확보하고 해외수출 판로를 확대해 나가야 할 때이다. 일본과 같이 RDP를 체결하면서 공동연구개발이 활성화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20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