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범죄와의 전쟁〉(2012)엔 건달 출신도 아니면서 건달과 대업(?)을 도모하는 공무원이 나온다. 건달도 아니고 그렇다고 민간인도 아닌 공무원 출신의 최익현(최민식 분)을 검사(곽도현 분)는 “반달이냐”고 조롱한다. 영화를 본 독자라면 이 ‘반달’이 상품의 기획과 판매는 물론 구역(속칭 ‘나와바리’)의 유통까지 기획하는 어둠의 설계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위해 그는 경찰서장과 사우나도 가고 검사와 밥도 먹는다. 비록 건달의 세계라도 양적으로 축적되면 질적인 변화를 겪는다. 모든 분야의 고도화 과정에 필연적으로 요구되는 사람이 바로 기획자다. 공연예술에선 공연기획자, 예술경영인이 이 몫을 한다.
_‘서문’ 중에서(5쪽)
이렇게 보면 한국 공연예술 시장의 전망은 무척이나 밝은 것 같다. 이제 곧 5,000억 원대의 시장으로 진입한다고 하는데, 소위 잘나가던 공연기획자, 공연계 스타 프로듀서들이 채무에 허덕이다 유명을 달리하는 현상은 왜 생기는 것일까? 왜 프로덕션 데스크에 앉아 무대를 노려보는 연출가를 꿈꾸던 청년이 연봉 5백만 원의 출연료를 받으며 밤을 새야 하는지. 뮤지컬 스타를 꿈꾸는 30대 여배우가 교통비는 언감생심 하루 7만 원의 출연료를 받으며 부천에서 대구까지 내려가 무대에 서며 당장 이번 달의 월세를 걱정해야 하는 것일까?
_‘뮤지컬이 돈이 되기까지’ 중에서(26쪽)
어차피 스타라는 건 로또 당첨보다 어려운 확률을 뚫고 올라서는 ‘왕좌의 게임’이라는 것이다. 이 바닥에서 연기를 하고 춤을 추고 음악을 하는 이들 역시 처음부터 이 게임의 법칙에 동의한 수만 마리 나방 중 하나일 뿐이라는 이야기다. 정말 그럴까?
_‘예술경영의 시대’ 중에서(28쪽)
작품 성공은 마케팅이 아니라 작품의 성격과 특질을 결정하는 프리 프로덕션 과정에서 사실상 결정되며, 그중에서도 공연을 올리기 위한 2~3년의 준비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하자. 투자사가 다행히 장기적 안목으로 투자를 결정했다면, 작품 구상에서 최종 엔딩까지의 과정이 5년 이상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보면 준비 과정 2~3년은 좋은 종자를 얻어 꼭 맞는 토양을 찾아 햇볕과 물, 비료를 줘서 튼튼한 어린 묘목으로 키우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_‘공연의 전조: 작품 구성과 숙성’ 중에서(130쪽)
한국 예술경영인이야말로 앙트레프레너십(entrepreneurship)으로 준비해야 한다. 앙트레프레너십은 탐험가나 모험가의 의미가 내포된 ‘기업가 정신’이라는 프랑스어지만, 번역 그대로를 칭하는 ‘기업가 정신’과는 조금은 다르다. 피터 드러거는 앙트레프레너를 위험을 감수하고 과감히 기존의 것을 파괴하고 혁신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그 사람들 을 앙트레프레너라고 정의했다. 앙트레프레너는 자본주의의 위기를 혁신을 통해 구원하고, 세상의 풍요를 가져오며 미래의 비전을 제시한다. _‘한국 청년과 앙트프레너십’ 중에서(20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