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만나지는 풍경이나 음식이 새롭고 특별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사람을 만나는 것이 으뜸이다. 사람은 이야기와 궤를 같이한다. 우연히 마주친 나쁜 상황도 마찬가지다. 일정이 틀어지거나 길을 잃고 헤매거나 막다른 길에서 좌절하였을 때 이야기는 또 생겨난다.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세상은 한 권의 책이다. 여행하지 않는 자는 그 책의 한 페이지만을 읽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모든 책의 한 장 한 장의 내용이 다 다르듯이 세상도 그러할 것임을 암시한다.
이야기는 주로 사람에게서 생겨나는 산물이다. 익숙한 사이로 만나는 사람들이라면 이야기의 주제는 한정된다. 이해나 친분을 이유로 일정한 주기로 만나는 사람들과 나누는 이야기를 복기해보면 나의 말에 수긍이 갈 것이다. 이야기는 주로 사람에게서 생겨나는 산물이다. 익숙한 사이로 만나는 사람들이라면 이야기의 주제는 한정된다. 이해나 친분을 이유로 일정한 주기로 만나는 사람들과 나누는 이야기를 복기해보면 나의 말에 수긍이 갈 것이다. 특정한 누군가를 만나면 늘 이야기의 주제나 흐름이 대개 비슷한 경로를 지난다. 정치 이야기를 했던 친구는 다시 만나도 정치이야기를, 부동산투자 관련 이야기를 친구를 만나면 다시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역시 새로운 이야기의 길을 튼다는 것은 거의 불가할뿐더러 이야기는 단절되고 이어지기가 쉽지 않다.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만날 때마다 이야기의 흐름이 동일한 까닭은 만나는 사람에 대해 정형화된 선입견이 내재하고 있다는 것과도 같다. 상대방에 대한 불확실한 정보가 입력되어 있다는 것이다. 여행을 떠날 때는 그러한 지식과 정보를 지워버려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들어 담아올 수 있다. (p.24~p.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