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다음과 같은 노동법의 법체계적 지위와 관련한 논의가 있었다.
먼저, 법체계를 공법, 사법, 사회법으로 삼분하고 노동법을 사회법의 일부, 즉 사회법의 하부체계로 파악하면서, 노동법을 독자적인 이념에 따라 해석 적용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법 법규에 흠결이 있을 경우, 사회법의 일반 이념에 따라 구체적인 법규범을 형성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다른 법체계의 내용은 노동법의 체계이념과 논리에 배치되지 않는 범위에서 편입될 수 있고, 이러한 편입과정을 거쳐 고유한 노동법 규범으로 해석·적용하여야 한다.
다음으로 노동법을 독자적인 사법영역으로 이해하면서 민법과 대등한 지위에 있는 특수사법으로 파악하면서, 민법과 노동법은 각각 독자적인 효력을 가지는 두 개의 사법영역이므로 민법 영역 전체와 노동법 영역 전체가 특별 관계에 있게 되고 구체적인 근로관계에 대한 노동법 규정이 없는 경우에도 당연히 민법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노동법의 이념과 근로관계의 성질에 부합하는 범위에서만 민법규정이 적용된다.
마지막으로 노동법을 민법의 개별법 또는 민법의 부속법, 즉 민법의 아체계로 파악하면서 민법과 노동법의 관계를 일반법과 특별법의 관계로 보는 경우이다. 구체적인 근로관계에 대하여 민법의 규정과 노동법의 규정이 특별관계에 있으므로 노동법의 규정이 없으면 당연히 민법의 규정이 적용되게 될 것이다. 즉 민법과 상법의 관계와 같이 노동법에 특별규정이 없으면 당연히 민법 규정이 적용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구체적 사안에 있어서 이를 규율하는 노동법 규범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를 규율하는 민법 규범이 있으면 법관은 법 형성에 있어서 민법규범에 귀속된다.
위와 같은 법체계적 지위에 따른 민법 적용 방법에 대해 앞의 두 가지는 출발점은 다르나 결론은 같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노동법에 흠결이 있을 경우 노동법의 이념을 근거로 결과적 타당성과 체계적 정합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다음 법 창조를 할 것인가, 아니면 민법에 관련 규정이 있는지를 찾아 해당 규정을 바로 적용할 것인지로 나눠진다. 통설은 뒤의 방법이다. 민법의 법률행위, 계약의 성립, 계약의 효과, 채무불이행등의 규정은 근로계약의 특성에 어긋나지 않는 한 일반법으로서 적용된다.
20세기 들어 민법이 사회화하면서 민법의 일반조항(권리남용금지, 신의성실의 원칙, 사회질서 위반행위 금지 등)은 노동법의 흠결을 메우고, 근로관계에서 법적 문제 실태에 따라 합리적 해결을 위한 법 창조의 보편적 기초로 삼고 있다. 나아가 임차인이나 소비자에 관한 보호법률을 근로계약에 준용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17~1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