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대할망은 한라산과 오름, 섬, 바위 등 자연물을 창조한 1만 8천여 신들의 으뜸이다.
설문대할망은 빨래할 때 어떻게 했다는 상당히 꾸며진 이야기 같지만, 어찌 보면 그럴듯한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한라산 백록담과 산방산의 역학 관계도 백록담의 둘레와 산방산의 둘레가 비슷하고 깊이와 높이가 거의 같다는 증거성이 있다. 콧구멍 동굴이 설문대할망의 발가락 흔적이며 백록담을 베개 삼았다는 등의 이치 설명과 큰 바위가 세 개 서 있으면 솥발이라는 것 등은 전설로써 갖추어야 할 증거물로 본다면 설문대할망도 전설의 자격 요건도 갖추었다.
설문대할망은 설문대하르방을 만나 오백 명의 아들을 낳았고 음부로 물고기를 잡으며 사슴이 동굴인 줄 알고 음부에 들어가니 간지러워 오줌을 누니 바다에 불줄기가 생기고 섬이 잘려져 나가 우도가 생겼다는 것 등은 펑 튀겨진 민담의 형식을 취하기도 한다.(20쪽)
우리나라에서 전해오는 거녀설화는 천지와 자연을 창조한 여신과 관련되어 있다. ‘마고할미’와 ‘설문대할망’이 대표적인데 마고할미는 강화도, 해남, 지리산, 경남, 경북, 강원도 등에서 전승되고 있으며, 설문대할망은 제주도 전역에서 전승되고 있다. 마고할미나 설문대할망은 원초적 시공간에서 세상이 생겨나는 과정과 신화의 주요 구성 요소를 포함하고 있어 신화였을 가능성이 있다.(23쪽)
옥황상제는 세 번째 공주를 천하의 세계로 내려보내고 마음을 졸이고 있지요.
아무리 힘센 설문대할망이라도 혼자 망망대해 한복판에 쓸쓸히 지내는 걸 보는 옥황상제, 천상의 세계에 있을 땐 몸집이 너무 커 구박을 했지만 그래도 사랑 하는 셋째 딸인데….
“기여, 기여. 잘허염저.”
옥황상제는 천하 세계를 내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지요.
원래 천하의 세계는 천지 구분이 없었는데 설문대할망이 하늘과 땅을 갈라놓으니 하늘에는 하늘 신이 생겨나고 땅에는 땅 신이 생겨 사람도 생겼구요.(48쪽)
설문대할망은 흙 한 줌을 바다에 던졌어요.
그건 섬이 되었지요.
‘퉤퉤.’ 흙을 주물러 세워 놓으면 산이 되었고요.
손가락으로 땅을 뚫으면 굴이 되었지요.
발로 땅을 밟으면 웅덩이가 생겨 못이 되었고 오줌을 누면 계곡이 생겼지요.
하루는 설문대할망이 큰 산을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을 하였어요.
천상의 세계와 가장 가까이 가게 높게 만들려는데, 치마에 흙을 담고 걸음을 옮기는데 그만 뚫린 치마 구멍으로 흙이 새어 나왔어요.
한 걸음 한 걸음 움직일 때마다 흙이 떨어져 작은 산이 수없이 생겼지요.(77쪽)
제주도의 신들은 대립적이고 배타적이거나 선과 악의 이분법적인 세계관이 아니라 발끝에 차이는 돌멩이 하나에도 존재 이유를 부여하고 인간들과 관계 맺고 평화적으로 살아가는 세상임을 들려준다.
그러나 현실로 눈을 돌리면 신들의 이야기처럼 평화와 사랑, 관용의 지혜로 살아가기 어려운 상황임을 알게 된다. 제주도는 단기간에 경제적으로 급성장하며 개발 위주, 경쟁 위주의 사회적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 이런 일을 극복하는 대안으로 설문대할망의 교육적 활용 및 문화관광콘텐츠산업의 활성화에 이바지한 측면을 살펴보고자 한다.(14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