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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흐르는 강물처럼 2

    • 저자
      김창환
      페이지
      236 p
      판형
      145*210 mm
      정가
      15,000원
    • 출간일
      2022-11-25
      ISBN
      979-11-6752-220-7
      분류
      문학
      출판사
      책과나무
    • 판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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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결실과 소멸을 건너 생성의 계절에 사랑을 기다리며
일상을 새긴 시와 단상을 묶은 산문집

봄과 여름(1권)에 이어 가을과 겨울의 정서를 ‘소유’와 ‘존재’의 철학적 메시지를 담아 시와 답장 형식의 단문으로 엮어낸 『흐르는 강물처럼2』. 봄과 여름의 풍경에서 사라져 가는 것들을 그리워하는 정서를 음미했다면, 2권에서는 결실과 소멸의 순환을 통한 생성의 정서를 사랑의 기다림에 담았다. 사랑뿐만 아니라 잊고 싶지 않은 추억에도 적용한 ‘소유’와 ‘존재’의 의미는 가을과 겨울의 이미지와 겹쳐져 애틋하고 아련하다.
떠나갔지만 계절처럼 돌아오기를 바라는 일상을 적어 내려간 시와 이에 대답하듯 달린 짧은 산문은 외로운 계절에 위로를 전한다.

...
저자 소개

김창환

철 따라 만나지는 자연의 풍경들, 그 풍경들 속에 잊혀져가고 사라져가는 그립고 아릿한 이야기들, 강물처럼 흘러간 이야기들에 막연한 그리움이었을까요?
아침마다 전해주는 엽서에 짧은 답장을 쓰듯 그 주인공이 당신이었기를.

...
목차

들어가는 글

1부 기다림, 가을의 회상
가을햇살
가을이 오는 길
무릇꽃
마음이 가는 길
돌콩꽃
기도하는 여인
꼬리표
가을저녁(秋夕)
운림산방에서
석류
때움에 관하여
알밤
가을 지리산
새를 키우려면
마당이 있던 집
공주기행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쥐똥나무꽃
떠나는 것들
마라도나
뒤웅박
말벌
탱자
밥은 똥이 되고
소나무
오래된 미래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
지수화풍
토란
좀작살나무
뚱딴지
꽃들은 다 어디갔대유
화살나무
꽃향유꽃
억새꽃
킬리만자로의 눈
바람개비
백일홍
지금 가을은 어디쯤일까
취꽃
광천장에서
채반의 가을날
돌팥꽃
싱아꽃
목화
절두산
9월이여
청산은 나를 보고
참깨꽃
다시 대흥사를 다녀와서
물레방앗간
호박같이
모덕사에서
부처꽃
너는 내가 되고
주산지에서
고향집
무서리
님은 갔습니다
사과갈비
소설(小雪)
참나무
조작
가을을 지나
떠나야 했던 길
무말랭이
고니
생명력
시월이 가고

2부 애틋함, 달이 뜨는 겨울밤
가을에서 겨울로
첫눈
메주
겨울 지리산
~ 라면
위문편지
12월
연애편지
돌탑을 올리는 마음
무구덩이
내남(전)보살
1월 1일

나무야
촌놈
엄마의 겨울아침
오봉밥상
텃새
동지팥죽
노여움
라디오 시대
눈 온 아침
큰바위 얼굴
겨울 연못에서
길 위에서
주목
빈들의 바람
뻥치는 사내

나가는 글

...
본문 소개

 지친 빗줄기는 매미들

울음보를 묶어놓고

입추를 넘어가는 고갯마루 아래

맥문동 마을

서늘한 보랏빛 꽃이 피는

맥문동 마을의 밤으로

가을을 찬미하며 풀벌레며

귀뚜라미 노래가 찾아들 거다

 

태어나 걸음마를 시작하면서 엄마든 곁에 있는 누군가의 손을 잡히던 것이었으니, 저마다 차이는 있지만 근 이십 년이나 부모 또는 곁에 있는 누군가의 그늘 속에서 살아야 했던 거네요.

다들 저 잘난 듯 살아가지만 어찌 보면 다들 누군가를, 무언가를 기대고 살아가는 것이지요. 절대적인 신이든 마음의 평안을 갈구하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을 듯. (21~22)

 

누구시더라 얀마 나 돼지감자야 건네준 명함에는

돼지감자가 무색하게 대표이사였다

그를 만나고 돌아서던 길

돼지감자꽃 뚱딴지같이

노란 꽃잎에 가을햇살을 흔들며

큰 키가 멀대같이 서 있었다

 

(중략) 오랜 친구를 만나서도 자신의 부끄러웠던 과거의 별명을 편하게 노출할 정도로 여유로운 친구의 모습이 가을볕을 받는 꽃처럼 행복해 보이네요. 척박한 곳에 자라지만 예쁘게 피어나는 뚱딴지꽃처럼요.(87~88)

 

가을바람에 떨어져 구르던

햇밤을 주워 온 길에

동무가 딸려 보낸 애호박 셋

가을바람을 불러들이고 싶었던가

숨겨있던 채반도 모처럼 할 일을

찾아낸 듯 가을바람이 반가웠다

 

채반이란 용기는 예전에는 집집마다 나물이며 곡식을 말리던 것으로 싸리나무나 대나무 껍질을 엮어 만든 것이었지요.

(중략)

가을엔 거둔 곡식이며 묵나물을 만들기 위해 채반은 쉴 틈이 없었을 거여요.(112~113)

 

달이 기다림의 대상이 아니었지만 나이를 더할수록, 가을이 깊어질수록 더 자주 달을 마주쳤으면 하는 마음이 새록새록 생기는 게 새삼스러웠지요. 어느 날은 볼 수 없다가 문득 서쪽 하늘에 초승달로 나타나듯 달은 날마다 다른 모습으로 멀리에 있습니다.

달의 모양에 따라서도 보는 사람의 형편에 따라서도 느낌은 다다를 것은 어쩔 것인가요. 둥근 보름달로 오면 그 충만함으로 마음속의 소망을 전해보고 싶은 마음의 여유를 갖기도 하지만 초승달이나 그믐달을 보면서 그런 마음 대신 애틋함과 발을 딛고 사는 이 지상이 전부가 아닌 끝을 모르는 우주 속의 일원이라는 것을 생각하게도 합니다.(170)

 

건장에 말렸던 파래 섞인 푸릇한

이파리들에 바닷내음이 펄럭이고

들기름 바른 윤기 흐르는 해우를

화롯불에서 구어 내던 그 맛이었을 라나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오봉밥상 그 시간처럼

 

해우라는 말은 처음 들어요. 여고시절 바닷가에 살았던 친구가 겨울방학이 되면 김을 덕장에 붙이느라 고생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나요.

김이라는 말이 김을 처음 식자재로 만든 이의 성이라는데, 김보 다는 해의, 해우라는 말이 정감이 가네요.(210~211)

...
출판사 리뷰

계절의 순환 속에서
사라져 가고 잊히는 것들에
‘소유’하지 않고 ‘존재’하는 방법을 전하다

계절이 순환하는 이치 속에서 가을, 겨울의 풍경과 그 풍경 속에 사라져 가고 잊혀 가는 것들을 시로 새기고 그에 답하는 형식의 단문을 모은 산문집이다. 『흐르는 강물처럼2』은 봄과 여름 동안의 아름다움과 잊혀 가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시에 짧은 단상을 달아 엮은 『흐르는 강물처럼』의 다음 책이다.

가을이 다 떠나기 전에 / 지난여름 어딘가 버려두었던 꿈을 / 다시 주어보러 가야겠는데 /
늘 그렇듯 가을은 또 가버릴 것이다
-‘무서리’ 중에서

네 계절이 바뀌면 어김없이 돌아오는 자연의 풍경과 달리 그 시간을 같이 했던 우리네 일상의 자취는 세월 따라 변화하고 사라진다.
막걸리 주전자, 한가위의 풍요로움, 고향집 사립문, 우물터와 두꺼비, 봉숭아물 들인 손톱, 돼지감자 친구, 광천장 새우젓, 채반에 말리는 무채, 시집가는 누이의 이불꽃이 된 목화, 물레방앗간, 메주가 익어가는 방, 오봉밥상 등.

시인은 결코 소유할 수 없는 것들을 자연의 이치로 과감히 떠나보내고 대신 시를 쓰기로 한다. 계절이 주는 충만한 감성 속에서 순간순간 느꼈던 감정과 일어났던 일들이 시로 남겨져 사라지지 않고 존재하게 된 것이다. 또한 시에 대한 답장 형식의 단상을 달아 그 추억들이 시인만의 감상이 아니라 소통하고 공유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계절이 돌아오면 볼 수 있는 풍경처럼 다시 그 감정들을 추억하고 나눌 수 있게 말이다.

그렇듯 저마다의 삶이 힘겹고 관계가 / 또 툴툴대더라도 곁에 있는 누군가에게 / 건네 줄 한 마디 위로의 말을 생각해보면 / 조금 가벼워지지는 않을까 싶은 건 / 한가위 보름달을 기다리는 마음이라도 / 가을저녁(秋夕)을 맞고 싶은 건
-‘가을저녁’ 중에서

화려한 꽃과 풍성했던 잎들을 미련 없이 떨어뜨려야 하는 가을과 비워야 채울 수 있는 달이 뜨는 겨울의 정서는 집착하고 채우기만 했던 인간 삶의 덧없음을 되새기게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같이 하고 싶은 계절의 단상들을 적어보고 계절이 돌아오면 볼 수 있는 풍경처럼 추억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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