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구에 끼인 것들을
맨손으로 청소하다가
뜨끔
손톱 밑 작은 것이
하루를 무너트리고 밤을 밝히는
(중략)
하나의 달이 지자
아홉 개 달이 수시로 보내는 인사
잘 가라 슬픔이여
그래도 간간이 품었던 소망
볼 수 있을 거야 손톱
그럭저럭 무심히 흐른 겨울쯤
그렇게 된다면 좋겠다는 중얼거림에
그러네 정말
노을이 물들고 조금씩 차오르는 달
찬바람 깊은 날
꼭 진 두 주먹에
열 개 꽉 찬 달의 노래
_「손톱에 박힌 달」 중에서
모처럼 끼니에서 놓여나
아침 뉴스 첫머리에도 넉넉한 마음
밀봉된 알사탕 봉지 터뜨려 쏟아붓듯
하루 일정을 흔들어 풀었다
힘없이 자란 머리카락을 자르러 갈까
개통된 외각 버스로 연결된 다리 타기를 해 볼까
시집간 딸이랑 중간 지점에서 만나 햄버거나 먹을까
(중략)
키 작은 겨울 해 아직 한 발은 남았는데
서둘러 피는 구골나무 꽃향기 사이로
헐렁한 하루가 가속으로 달린다
_「헐렁한 날」 중에서
순환도로가 비틀거리며
바다로 쏠려 있다
쏠린 것들이
넘어지지 않으려 절뚝인다
바다가 절뚝이고
동박새 간질이는 동백 숲이 절뚝이고
뚝 떨어진 세상 한쪽이 절뚝거린다
삐딱하다
변하지 않는 것을 그리워하는 사람 곁에
절뚝이는 것은 그리움이 되어
인화될 순간의 풍경이
더 작은 세상 한쪽을 잡고
삐딱한 것들과 기우는 것들의 중심선을
아직도 측량 중이다
버려도 될 순간은 없다고
온몸으로 팽팽한 사선을 당겨
직벽의 그림자를 옮기는 너
그렇구나
살아야 얻을 수 있는 저기 저 바위
매운 파도에
어렵게 얻은 이름을 펄럭이고 있다
(하략)
_「태종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