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소설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펼쳐 보이는
담백하고 간결한, 그래서 쉽게 음미하고 긴 여운이 남는 글”
현실과 소설, 2020년대와 일제강점기, 두 개의 세계를 핏빛 서사로 엮어 낸 장편소설 『황산강』으로 대중에게 낯섦과 익숙함의 경계에서 새로움을 선사한 문학철 작가가 8년 만에 네 번째 시집 『산속에 시 들다』를 펴냈다.
제목에서 보듯 작가는 가장 가까운 이를 떠나보내고 산속에 세를 들어 살고 있다. 그렇게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사는 삶이 시의 곳곳에 묻어 있다. 지천명과 삶의 근원을 묻기도 하고, 일상에서 쉽게 지나쳐 가는 것들에 대한 관심을 표하기도 한다.
특히 ‘덤이 있는 시 읽기’라는 부제처럼, 각 시에 두 개의 덤이 때로는 시처럼 때로는 수필처럼 붙어 있어 읽는 즐거움과 생각의 확장을 더한다. 시 같기도 하고 수필 같기도 한, 그래서 지난번 소설에서 현실과 소설의 경계에서 소설을 썼다면 이번에 작가는 시와 수필의 경계에서 시를 쓴다. 그런데 문학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펼쳐 보이는 그의 글쓰기는 멋을 부리거나 묘기를 부리기보다는, 오히려 담백하고 덤덤하고 간결하다. 그래서 쉽게 다가가 음미할 수 있고, 더 긴 여운을 남긴다.
우직하고 투명한 시인의 삶의 태도가 면면이 드러나는 이 시집을 읽다 보면, 산속에 세 들어 사는 작가의 삶이라는 기나긴 여정에 어느덧 함께 동참한 자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나를 옭아매는 도시의 모든 것들을 내려두고, 이 시집 한 권을 손에 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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