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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박이

    • 저자
      정혁종
      페이지
      246 p
      판형
      128*188mm mm
      정가
      15000원
    • 출간일
      2018-10-24
      ISBN
      979-11-5776-629-1
      분류
      문학
      출판사
      책과나무
    • 판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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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수학과 2학년인 주인공 상철은 입대 직전에 아리따운 다방 아가씨와 하룻밤 풋사랑을 보낸다. 상철은 제대 후에 의과대에 재입학하여 후에 의사로 성공한다.
24년이 지난 후, 상철은 우연히 대형 마트의 주차장에 진입하다가 주차 유도원으로 일하는 자기와 똑 닮은 젊은 청년을 보고 어떤 예감에 사로잡혀 청년의 정체를 알아보기 시작한다.
인스턴트 사랑이 만연한 요즘의 세태에 반하여 24년간이나 수절하며 한 남자를 기다린 지고지순한 사랑을 이야기로 엮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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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첫 장편소설 「마지막 경고」를 발표한 이후 「달수의 허니문」, 「칵테일은 너무 취해」, 「아스팔트에 핀 꽃」 등의 장편소설과 창작동화 「왕이 되는 꿈」, 코믹소설 「칵테일 사랑」을 발표했으며, 최근에는 창작동화 「달이낭자전」, 「학도령과 흑룡의 결투」, 어른들의 옛날이야기인 「야한 옛날이야기」. SF 「에이리언 씨드」, 「들병이」를 출간했다. 그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저술과 기고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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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하룻밤 풋사랑
2 예상치 못한 진로 변경
3 대박 나는 주유소
4 주차 유도원
5 24년 만의 해후(邂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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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소개

아가씨는 곧바로 콜라 두 잔을 가져왔다.

“이름이 뭐예요?”

“예? 이름요? 김승호입니다.”

“호호호, 흔한 김씨군요.”

어찌된 노릇인지 상철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도 없는 “김승호”라는 이름이 튀어나왔다. 왜 그랬는지도 모른다. 저절로 입에서 튀어나왔다.

“그쪽은요? 애니라고 부르던데.” 

“호호호, 애니는 별칭이에요. 본명은 최연희(崔姸熙)입니다. 여기 오니까 본명을 안 부르고 별명을 부른다고 하면서 막내나 꼬마라고 부른다고 하기에 내가 싫다고 했어요. 애니라고 불러달라고 해서 그때부터 애니가 되었네요.”

“그렇군요. 애니라면 꼭 만화 여주인공 같네요.”

“맞아요. 순정만화 여주인공 이름예요. 불쌍한 애니가 온갖 고생을 하다가 나중에 백마 탄 왕자를 만나게 된다는 스토리예요. 그리고 애 자가 사랑 ‘애(愛)’ 자로 해서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입니다.”

(37-38쪽, 「하룻밤 풋사랑」)

 

그렇게 둘은 맥주 한 병을 다 마시고 상철이가 먼저 샤워를 하러 들어갔다 나오고 이어서 애니가 들어갔다 나왔다. 상철은 가운을 걸친 채 죄인 아닌 죄인처럼 침대에 엉거주춤 걸터앉아 있었다. 애니는 가운을 걸치고 나오자마자 방긋 웃어 보인다.

“여자 몸 못 봤지?”

“응, 못 보았어.”

“호호호, 그럴 줄 알았어, 총각이라니 당연하지.”

“왕(술탄)이 해결 못하는 거 누나가 해결해 줄 수 있지.”

이러면서 애니는 가운을 새 날개처럼 옆으로 벌리었다. 풍만한 가슴, 잘록한 허리, 배꼽 아래의 둔덕, 그야말로 헤어 누드가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펼쳐졌다.

“허억~”

상철은 숨이 멎을 것만 같았고 무의식중에 벌떡 일어나서 애니를 끌어안으려 했다.

“안 돼~”

애니는 다시 가운을 여미었다.

(92-93쪽, 「하룻밤 풋사랑」)

 

의과대에 입학하여 봄이 되었다. 상철은 문득 애니가 생각나서 아직도 그곳에 있을까 하는 생각에 버스를 타고 아리동으로 갔다. 이게 얼마만인가? 군 생활 2년, 입시공부 1년하고 지금 봄이니까 대략 3년 3개월만이다. 무엇인가 한번 시작하면 외골수로 매진하는 성격이었던 상철은 의과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 심신에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상철은 설레는 가슴으로 언덕길을 올라갔다. 그러나 언덕길에 있었던 달무리 다방은 이제 막 철거하고 있어서 이층은 대부분 철거되었고, 일층은 반 정도 철거되었다.

중장비가 와서 그 주변 건물을 철거하고 있었다. 상철은 매우 실망이 컸으나 용기를 내어서 작업하는 인부에게 여기 있던 다방은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아무도 몰랐다. 상철은 그대로 서서 물끄러미 사라져가는 건물들을 쳐다보다가 상심한 채 터덜터덜 걸어서 내려와야 했다.

(114-115쪽, 「예상치 못한 진로 변경」)

 

청년은 아직도 앉지도 못하고 긴장된 모습이 역력하다.

“젊은이, 어려워 말고 앉게나, 우연히 지나다가 나랑 너무 닮아서 한번 불러보았으니 어려워 말고 앉아. 저녁이나 먹으면서 얘기나 해보세. 전생에 무슨 인연이 있었나.”

“예. 사장님.”

“이름이 뭔가?”

“최두호입니다.”

최두호라면 자기의 이름은 현상철하고는 아주 무관하다. 상철은 순간적으로 우연히 닮은꼴 청년을 만났네 하고 생각했다.

“사장님, 먼저 소주 한잔 할 수 있을까요?”

그 젊은이도 혼란에 빠져 속이 타들어가기에 먼저 술 한잔을 하고 싶다고 한 것이다.

“어~ 그러게.”

상철은 호출벨을 눌러서 소주와 간단한 안주를 먼저 가져오라고 했더니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아가씨가 곧바로 소주 한 병과 부침개를 가지고 들어왔다.

예의상 그 청년이 상철에게 소주 한 잔을 따랐고 상철도 그 청년에게 소주 한 잔을 따라서 그냥 별말 없이 각자 마시었다. 왠지 분위기가 매우 어색하게만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청년은 소주 한 잔을 자작으로 더 마셨다. 그러곤 침을 한번 꿀꺽 소리가 나도록 삼키더니 입을 열었다.

“사장님. 사실은 제가 사생아(私生兒)로 태어나서 아버지가 누군지 모릅니다.”

“뭐어? 그래도 어머니는 아실 것 아닌가, 아주 뜨내기로 만났거나 겁탈을 당하기 전에는 어떤 남자와 교제를 했는지 알 텐데.”

“그런 것도 아니고 어머니가 젊은 시절에 어떤 대학생을 알게 되어 하룻밤을 보냈는데 그때 저를 임신했다고 하셨어요.”

이 말에 상철은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176-177쪽, 「주차 유도원」)

 

두호는 계단을 내려가서 열쇠로 현관문을 열고는 상철에게 들어오라고 했다. 들어서자마자 예상했던 대로 한밤중처럼 캄캄했고 퀴퀴한 냄새가 나고 있었다. 홍미나는 즉시 손으로 코를 막고 들어섰다.

두호는 거실 불을 켰다. 오래되고 초라한 소파와 탁자가 놓여 있었는데 탁자 위에는 아무것도 없다. 두호는 안방문을 열고는 “엄마, 사장님 오셨어.” 하면서 형광등을 켰다. 그 순간 상철은 엄청난 궁금증과 호기심에 소파에 앉아 있지 못하고 안방으로 다가갔다.

불을 켜자마자 어느 여자가 침대에 누워 있다가 일어나 앉는데 한눈에 보아도 애니였다.

“아~ 애니야!”

상철은 펄쩍 뛰어서 애니에게 다가갔고 애니 역시 한눈에 알아보고는 “술탄씨~” 하고 외마디 비명을 지르다시피 하였다. 상철과 애니는 네오디늄 자석이 들러붙듯이 서로 껴안고 눈물을 마구 쏟기 시작했다. 이게 얼마만인가? 24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이 놀라운 광경에 홍미나는 가슴속에서 울컥하고 솟구치는 측은지심에 숙연해지면서 눈물이 방울져 흘러내리기 시작하고, 두호 역시 옆에 서서 말없이 눈물만을 닦아낼 뿐이었다.

(199-200쪽, 「24년 만의 해후(邂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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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만나야 할 사람은 만나게 되어 있고
모든 일은 결국 바르게 된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의사, 부족한 것 없어 보이는 남자가 있다. 어느 날 그는 자신의 젊은 시절의 모습과 너무도 닮은 한 청년을 보게 된다. 전율이 일 정도로 자신과 닮은 청년의 모습에 남자는 그 청년과 자신이 어떤 인연으로 얽혀 있을 것만 같았다. 그 청년을 추적하게 되고 마침내 그의 정체를 알게 된다.
이 소설은 한 남자가 사랑과 가족을 찾는 이야기다. 그 가족은 그에게 일찍이 맺어졌어야 할 인연이 만들어 준 선물이다. 그 인연을 소중히 여겨 자신의 인생을 내걸었기에 그는 이처럼 귀한 선물을 받을 수 있었다.
로맨스 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성이 삼각관계이다. 여자 둘에 남자 하나가 등장하거나 남자 둘에 여자 하나가 등장한다. 연적들은 대개 대립하고 갈등하며 주인공은 우유부단하여 양다리를 걸치고 있기 마련이다.
‘판박이’에서는 여자 둘에 남자 하나가 등장하는데, 기존의 소설과는 달리 두 여자는 전혀 대립하거나 갈등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한 여자는 현대에 살지만 조선시대의 여자 같은 가치관으로 살아가고, 다른 한 여자도 상대방 여자의 태도에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두 여자는 시공간적으로 만나지 못하다가 소설의 말미, 즉 해결 국면에 등장한다.
이 소설에서는 모든 일이 순조롭게 해결되고 이해심 많고 인정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소설 밖 현실은 각박하지만 이 소설을 읽는 동안은 잠시 잊을 수 있다. 이것이 이 소설이 우리에게 주는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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