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아들이 한창 사춘기를 지날 때 했던 말이 생각나서 피식 웃음이 났다. “너는 왜 오늘 해야 할 일을 자꾸 내일로 미루냐?”는 나의 핀잔에 “엄마! 왜 내일 해도 되는 일을 꼭 오늘 하라고만 해? 나는 지금 아무것도 안 하고 쉬고 싶단 말이야!” 그때의 아들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의 밤은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더 천천히 흘러가고 있었다. 사람도 자연도 시간도 멈춘 느낌이다. 이유 없는 막연한 그리움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롯지의 방 안에서 보이는 하얀 설산은 어둠 속에서도 눈부셨다. 유리창엔 베이면 피가 날 듯 눈꽃이 피고, 히말라야의 밤은 낮이 오지 않을 듯 하얗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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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의 일상이 특별하지는 않았지만
소중한 날들이었음을 느낀다.
먹는 것, 자는 것, 편안하게 숨 쉬고 있는 것….
지극히 평범하다 여겼던 그것들만큼 소중한 것은 없었다.
어찌 보면 우리가 매일 만나는 보통의 날이
아주 특별한 날이었다는 것을 이곳에 와서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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