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남짓 산책하는 길에 사람을 만나는 일은 드물었다
가끔씩 비료를 실은 차량이 지나가고 인근 굴다리 옆 밭에서는
깨 냄새가 났다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가?
“늘 나보다 먼저 떨어지는 것들에게
위로를 받으며 나는
그리운 흔들림이라는 수사를
발로 툭툭 차며 살아 있으니”
P40 「그리운 흔들림」 중에서
길을 지나는 동안 정확히 네 곳에서 개들을 만난다
며칠 다니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는데
인적이 드문 두 곳에서는 두려움 혹은 반가움, 인지는 모르겠으나
꼬리를 맹렬히 흔들며 개들이 짖고 있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집들이 밀집된 한 곳과 형용모순이긴 하지만
조그만 슈퍼마켓 근처에 사는 개들은 짖기는커녕 살갑게 불러도
대꾸를 하지 않는다.
이해한다.
“인적 드문 골목에 서 있는 나에게
허물어지는 계절에게
녹을 때 가장 반짝이는 눈사람에게”
P52 「눈사람」 중에서
문장은 인적이 없어서 시작이 되었다
그리움이라 불러도 상관이 없겠다
먼 곳의 기척에, 바람소리에 귀 기울였다
나는 이 세계가 두렵고 반가웠다
“지상으로 이어주던 보폭이
무겁게 기울어졌다
익숙한 길을 벗어나는 것은
구두 안쪽으로 깊어진 그늘을 받아들이는 일”
P78 「구두는」 중에서
무겁게 걷고 있는 이들이여
당신이 그리워서 난 늘 뒤척이고 있다는 어느 시인의 말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