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는 마음고통을 안고 산다. 고삼은 입시 경쟁, 청년은 취업 걱정, 중년은 가정사의 굴레 및 노후 걱정, 노년은 외로움과 심신의 결핍증, 부자는 재물의 무게에 가위눌림…. 남녀노소 빈부 가릴 것 없이 마음 편할 날이 적다.
그런 개인 차원의 걱정 외에도 한국인들의 일상은 지정학적·사회적 요인이 유발하는 집단적·계층적 갈등의 먹구름에 덮여 있다. 남북 갈등과 남쪽 안에서의 동서 갈등, 그것의 농축판이라고 할 수 있는 강남과 강북의 ‘양극화’, 또 그것의 다른 분출인 ‘광화문’과 ‘서초동’….
이런 때 우리 마음앓이를 속 시원히 씻어 줄 묘안이 없을까? 부처, 노·장(老·莊), 공·맹(孔·孟)은 그 당시에도 오늘과 비슷한 세상의 얽힘을 목도(目睹)하고, 또는 이런 고해(苦海)를 예견하여 일찍이 만고에 변치 않을 ‘마음공부법’을 제시하였다. 그것이 동양 사상 수양론이다. 불·도·유가(佛·道·儒家)의 수양론은 각각 어떤 특성으로 따로 가고 어느 대목에서 함께하며 오늘 우리의 삶에 어떤 울림을 주어 우리 가슴을 우주적 마음으로 공명케 하는가? (12페이지)
차(茶)와 도(道)의 만남인 ‘다도’는 동양 사상(儒·道·佛家) 공유의 수양론 언어인 ‘도(道)’를 지님으로써 ‘차와 함께하는 수양’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동양 사상 수양론은 기론(氣論)을 바탕으로 하고, 다도는 차의 향(香氣)과 색(氣色)과 맛(氣味)을 기(氣)로서 수용하여 수양의 기제로 삼는다. 정신과 물질을 통섭하고, 몸과 마음, 인간과 우주 자연을 매개하는 기는 동양 사상이 발견해 낸 최고의 자연과학 원리이자 철학적 질료 개념으로서 서양 철학의 ‘물질과 정신’, ‘몸과 마음’의 이원론이 겪는 모순과 난제를 일거에 해결해 낸다. 동양 사상 수양론의 현철(賢哲)한 기반인 기(氣), 그것을 차(茶)에 담아 수양의 질료로 활용한 다도(茶道), 그 다도에서 온갖 프레임의 껍질을 벗어던지고 우주 자연을 나는 ‘대붕(大鵬)’의 꿈을 실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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