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만큼 서 있는 바위를 보고 / 어떤 이는 천사 같다고 하고 / 어떤 이는 괴물 같다고 한다 // 밉게 보면 / 쓸모없는 잡초 아닌 것이 없고 / 사랑스러운 눈으로 보면 / 꽃 아닌 것이 없다 // 남루한 한때나마 / 마음의 빚 없이 / 단 하루 삶을 위해 / 허공에 길을 내어 / 날아오르는 하루살이 삶도 // 남의 둥지에 알을 낳고 / 멀리서 지켜보며 / 울음으로 품을 수밖에 없는 / 뻐꾸기의 삶도 // 사랑스런 눈으로 보면 / 짠하고 기특하지 않은가 …
_ 「사랑스런 눈으로 보면」(p.29) 중에서
… 바람에 마음을 맡긴 / 고요한 물결은 / 다시 사랑이 되어 / 마음이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 가을 호수를 바라보며 / 오늘은 / 널 생각하고 싶다 // 그대를 보고픈 마음이 / 수없이 달구어져 / 곱게 물든 단풍잎 같은 / 그리운 네 모습을 / 오래도록 호수 위에 띄워 두고 싶다
_ 「가을 호수」(p.100) 중에서
기별도 없이 / 그리운 그대 / 첫눈이 되어 오시다니요 // … 그리운 그곳으로 / 하얀 추억을 밟고 끝없이 가 보라고 / 하얀 나비 떼처럼 / 앞서거니 뒤서거니 / 아낌없이 내려오는 / 저 홀가분한 몸뚱아리들 // 눈이 오는 날은 / 숨겨 온 마음을 꺼내어 / 가고 싶은 곳으로 / 끝없이 가 보라고 / 오늘은 / 내 마음속의 / 그대 그리워하는 / 첫눈이 되어 오시다니요
_ 「첫눈 오는 날 1」(p.148)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