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놈펜은 아시아의 진주라는 말에 걸맞게 도시의 아름다움과 편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프놈펜을 찾는 외국인들은 왕궁의 아름다움과 돈레메콩강의 야경을 즐기며 강변의 레스토랑에서 이국적인 밤을 보낸다. 트마이 시장이나 뚤똠봉 시장에서는 캄보디아 사람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왕궁 주변의 많은 프랑스식 건물은 고풍스러움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툭툭이나 시클로에 몸을 싣고 시내 이곳저곳을 다녀 보면 프놈펜의 멋에 흠뻑 빠지게 된다. (p.22)
바이욘 사원의 백미는 3층 중앙성소다. 이곳에는 수많은 바이욘의 얼굴이 있다. 보는 위치와 각도에 따라 다르지만 미소는 한결같다. 미소 짓는 입술의 곡선미가 놀라울 정도로 아름답다. 인간의 미소와 부처의 미소는 엄연히 다르다. 바이욘의 미소 앞에서 입꼬리를 올려 웃어 보지만 인간이 바이욘의 미소를 닮기는 어렵다. … 그래도 누구나 이곳에 오면 미소를 짓는다. (p.75)
주변의 흩어져 있는 사원을 걸으며 듣는 새소리, 바람 소리, 그리고 발자국 소리. 이곳의 사원들은 드넓은 숲속에 자연과 함께 조화를 이뤄 배치되었다. 탑이 하늘로 높이 치솟지도 않고 숲에 묻혀 있다. 이 안에서 앙코르 제국이 시작되었다. 이곳은 첸라 역사와 앙코르 역사가 역시 한 몸이라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p.141)
캄보디아에서 살면 맘도 너그러워진다. 많이 가지려 하지 않으니 욕심이 없고 날씨가 더우니 옷차림도 수수하다. 요즘은 캄보디아 사람들과 내 모습이 비슷해진 것을 느낄 때가 많다. 이런 모습은 물질의 눈으로 보면 가난해 보일 수도 있지만 삶의 모습으로 보면 행복해 보인다. (p.160)
작년 쫑크니어 마을에서 봤던 석양을 오늘도 볼 수 있을까? … 그때 구름이 걷히고 강열한 석양이 비친다. 환호성 소리. 그리고 일순간 정적이 흐른다. 아름다운 석양에 대한 경외심이다. 돈레삽의 백미는 석양이다. 돈레삽은 이렇게 매일 저녁 거대한 의식을 치른다. 거대한 바다 돈레삽은 작은 우주다. 돈레삽에서 석양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인간은 거대한 자연의 한 점도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p.182)
이 철로는 기차만 다니는 것이 아니다. 노리(ណូរី)라는 대나무 열차도 다닌다. … 기관사가 바탐방의 노리 정류장에 다가가자 경적을 울렸다. 기차가 지나는 시간에 노리는 철로를 비켜 줘야 한다. 노리를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이 내가 탄 기차를 보고 손을 흔든다. 이 기차가 지나가면 노리는 그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줄 것이다. (p.192)
강가에 도착하여 다들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강물로 들어가 물장구를 치며 코끼리를 기다렸다. … 코끼리는 마치 자기의 목욕 순서를 알기라도 한 듯 목욕이 끝난 한 마리가 가면 또 다른 놈이 오고 그놈이 가면 또 다른 놈이 왔다. 그러다 두 마리가 한꺼번에 오기도 하고. 몬돌끼리 울창한 숲속에서 인간은 그저 자연의 일부분이다. 몬돌끼리 프로젝트는 자연 속에서 겸손해지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기도 하다. (p.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