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는 먼저 미역국을 끓였다. 소고기를 들기름에 볶았다. 미역을 씻어 같이 들기름에 볶아서 물을 붓고 미역국과 밥을 했다. 삼신할머니에게 ‘수인이 왔어요?’ 보고를 했다. 작은 상에다 미역국과 밥을 얹고, 물도 같이 놓고 수저를 놓았다. 속으로 수인의 건강을 빌고 산모의 건강도 같이 빌었다. 삼신할머니에게 빌었던 상을 딸에게 먹으라고 내밀었다. 딸은 순식간에 먹었다.
(34쪽, 「몽이」)
일찍 결혼해서 별난 시어머님 밑에서 고생 많이 하고 살았다. 이제는 편안하게 살고 싶다. 시어머님에게 시집 살고, 며느리 시집을 또 살아야 하니? 당장 나가라. 도저히 같이 못 살겠다. 내가 잘해 주고 싶었다. 하지만 무시당하면서 한집에 살고 싶지 않다.
(58쪽, 「중독」)
정아도 나이가 들면 엄마처럼 되지 않을까?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엄마에게 최선을 다해 잘해 보리라 다짐을 했다. 엄마의 정신은 몇 살에 머물고 있을까? 아마도 20살에 머물고 있는 것 같았다.
(87쪽, 「치매」)
나는 친구에게 원이를 소개했다. 원이는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장어는 내가 구웠다. 식당에 가서 굽는 음식이 나오면 항상 내가 굽는다. 다른 사람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이 즐겁다. 대신 나는 굽는다고 많이 안 먹어도 되지 않는가.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고기를 굽게 되었다. 나는 장어를 구워서 진숙이 앞접시에 담아주고, 진숙이 남자친구에게도 올려주었다. 원이에게도 노릇노릇하게 구워서 올려주었다.
(194쪽, 「너울성 파도」)
서로가 한 번씩 사별한 경력이 있다. 희숙은 남편을 늦게 만나 함께 보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이제 먹고살 만하니까 원양어선을 타지 말라고 투정을 부려보지만, 남편은 전혀 반응이 없다. 각자 살아가는 방법이 있으니 억지로 말리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함께 살다보면 부부란 싸우기 마련이다. 떨어져 있다가 가끔씩 만나면 연애하는 기분으로 살아가는 느낌이 든다. 몇 달 만에 남편의 얼굴을 보면 눈물이 난다. 두세 달씩 바다에서 살고 나오면 집에서 며칠 쉬고는 어김없이 배를 타고 들어간다. 희숙은 남편의 뒷모습을 보면서 등대와 친구 되어 서성인다.
(87쪽, 「파도가 출렁 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