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막 가을에 접어들어 밤에는 조금 추웠어요.
밤하늘에 별빛도 마을의 분위기를 알아챈 건지 환한 달빛을 내려 줬어요. 화담 마을이 어둠을 뚫고 사방이 환해지자, 숲속에 사는 새들도 푸드득 날개를 펴며 투덜댔어요.
“누가 불을 밝히는 거지? 우리는 자야 하는데….”
까마귀가 말했어요. 참새들도 작은 날개를 파닥이며 안절부절 가지들을 옮겨 다녔어요. (p.22)
이렇게 몇 달이 훌쩍 지났습니다. 아름다운 꽃잎은 한들한들 웃음 짓고 숲속에선 가을이 왔다고 떠들썩합니다. 그런데 아기 새는 아직 소식이 없습니다.
언제 가을이 왔는지, 귀뚜라미 소리가 정겹습니다.
이 소리를 듣고도 지나가는 사람들,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우울해 보입니다. 이럴 땐, 잉꼬는 지친 사람들을 위해 예쁜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 주기도 합니다. 아기 새의 슬픔도 잊은 채 말이에요.
다은이는 의사인 부모님이 요즘처럼 전염병에 걸린 사람들을 치료하느라 늦을 때면, 어린 마음에 행여나 잘못될까 봐 걱정이 많답니다.
그래서 잠들기 전 둥근 달을 보며 매일 기도를 하지요.
오늘 밤도 다은이는 그렇게 잠이 듭니다. 친구들과 마음 놓고 웃을 수 있는 그날을 꿈꾸며 말이에요. (p.85)
오늘따라 하늘은 어찌나 맑던지요.
지구별이 유독 아름다운 이유가 은하계의 빛을 받기 때문이란 걸 알게 되었어요. 그 빛을 먹고 살아간다는 걸 새삼 알게 된 케빈 왕자는 참 신기하였지요. 온 세상이 우주의 축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고 느껴 보니 광명 그 자체였어요.
이곳에서 올려다보니 총총 내리는 그 빛이 여름밤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었어요. 마치 맑은 하늘에 두둥실 떠 불꽃놀이를 하듯 밝게 내렸어요. (p.91)
바다는 푸른 오월의 품에 안겨서 쫑화와 놀이터에서 신나게 달립니다. 마치 날개를 달고 훨훨 나는 것 같았어요.
송화 아버지도 바다와 쫑화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짠해 왔어요. 그리고 궁금해할 송화와 용화를 위해서 멋지게 영상에 담았어요.
며칠 후면, 용화가 그린 수채화가 바다를 건너서 우편함에서 방긋이 웃고 있을 그날을 상상하며, 바다는 푸른 오월의 향긋한 내음 속으로 조금씩조금씩 빠져들었습니다.
녹음이 짙게 내린 산빛을 보며 예전처럼 다 같이 모여 지낼 수 있는 그날이 빨리 오길 간절히 바라면서 말입니다.
바다는 이제 무척 행복합니다. (p.164)
“엄마, 저기 좀 보세요! 쇠백로 가족인가 봐요.”
“정말 그런가 봐. 화목한 가족이네!”
“엄마, 봄에는 각색의 꽃향기가 향수를 뿌리고, 여름이면 시원 하게 흐르는 남천의 품에서 물장구도 치고, 올가을도 아주 멋질 것 같은 예감이 들어요.”
다빈이는 스케치북에다 남천에서 만난 친구들을 그렸어요. 물론 왜가리의 이야기도 그렸지요.
저 멀리서 다빈이를 보며 아빠와 세빈이는 손을 흔들며 반깁니다. 다빈이의 가을은 스케치북 속 그림처럼 아름답고 즐겁습니다. (p.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