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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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나뭇가지 사이로 보았던 허수아비들이 철봉 기둥에 기대어 네 개가 한데 모아져 기웃하게 쓰러져 있었다. 나는 가까이 다가가 똑바로 세우려는데 허수아비 몸통에서 무언가 푸드득 소리를 내며 날아가는 것이 아닌가! 참새. 참새 한 마리가 놀란 듯 하늘로 날아간다.
“엇 세상에! 참새가 허수아비 몸통 속에서 날아가다니!”
오연이도 이상하다는 눈빛을 하며 말을 뱉는다.
“그러게 분명 참새 같았는데, 세상에 참!”
나는 참새가 날아간 허수아비 앞으로 다가간다.
“생존의 법칙은 참으로 묘해. 그렇지 않아도 요즘 참새가 그렇게 작아졌나 궁금했는데, 그리고 이런 겨울엔 어디서 자나 했는데.”
“그래. 저 같은 미물도 제 살길을 찾아 저렇게 살아가고 있는데, 사람은 오죽하겠어. 누가 무서워서, 뭐가 두려워서.”
오연인 한숨을 크게 쉰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모두 살기 위해 환경에 적응하지만, 그래도 참새가 허수아비 몸통에서 겨울을 난다니. 참새를 쫓으려 세운 것이 허수아비인데 참 묘한 이치가 아닌가. 그래도 참새야 잘 곳이 없으니 허수아비 속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람은 아무데서나 잠을 자서는 안 된다. 깨끗한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래서는 안 된다. 그러고 보면 내게는 비겁하지 말아야 하고, 치사하지 말아야 한다, 거짓 없이 정직하고 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학교 때 교장선생님의 목사님 같은 소리, 그 소리가 여전히 몸에 박혀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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