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집은 누구나 겪는 일상 속의 사랑, 그리움, 행복, 감사 등 인간의 삶을 노래한 수채화입니다. 함께해 온 긴 여정 동안 틈틈이 그려 온, 우리 부부의 지극히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을 담은 글인 만큼 저희 부부의 축척된 짧은 일면들이 세상을 더욱 아름답게 행복하게 볼 수 있는 소중한 거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시인의 말’ 중에서 )
태초의 자연이 숨 쉬는 곳 / 심사만 있으면 갈 수 있는 자연으로 가는 길 / 석양 노을이 부끄러움을 감추듯 / 섬진강이 휘감아 돌아 보채는 아가의 어머니 모유가 샘솟는 곳(p. 18. 이승옥, 「생명이 숨 쉬는 곳」에서)
새로운 탄생으로 새롭게 부활하는 / 한 폭의 수채화처럼 / 한 폭의 풍경으로 / 한 폭의 정물로 / 한 폭의 디자인으로 // 더 큰 기쁨과 환희로 / 우리에게 감탄과 사랑을 주네(p.26. 이승옥, 「압화」 중에서)
무정한 이야 / 올곧은 매화는 / 갈대가 될 수 없음이라 // 천지가 요동치고 / 내 나라가 저버린 날에 / 대쪽 같던 그 매화꽃 / 풀썩 저버린 날에 // 매화 향기만 아득히 / 산허리를 감아 돌더라(p. 51. 이승옥, 「저버린 날에」에서)
구슬프게 들려오는 한시는 / 천년의 세월을 타고 / 가슴을 파고들고 // 끼잉끼잉 아쟁 소리는 / 짝 잃은 여인네의 애간장을 끊어 내는데 / 검붉은 정치인들 뜻 모르고 / 겉인사만 번지르르하구나(p. 149. 서인덕, 「용호정龍湖停」에서)
가까이서 보니까 / 바람에 파르르 떠는 모습 / 대나무 소리와 어울릴 때 // 점박이 두루미가 / 창공을 날 때 / 그 새싹을 보았는가 // 까치가 앉아 흔들리는 / 가지 위의 새싹을 보았는가(p.104. 서인덕, 「새싹」에서)
만상의 날갯짓하는 / 군상들을 호출해서 / 찻잔에 넣어 마시면 어떨까? // 찰거머리 같은 오욕칠정을 수거해서 찻잔에 넣어 마시면 어떨까?/ 바람꽃이 안개처럼 핀 오늘 / 어깨를 짓누르는 큰 바위 공정을 벗고 / 차 한 잔을 그대와 같이 마시고 싶다(P. 206. 서인덕, 「바람꽃 피는 날 차 한 잔」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