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을 여행하고 공부한 모든 열정과 에너지를 책 속에 담았다. 뉴욕의 인물에 관한 이야기는 뉴욕의 역사이고 우리 시대의 모습이며 알아갈수록 사람을 변화시키는 인문학이다. 글 속의 인물들은 자신감이 떨어지고 무기력해질 때마다 ‘지금 이럴 때가 아니야. 다시 일어나야 해.’라며 하루에도 몇 번씩 필자를 벌떡 일으켜 세웠다.이제 그 느낌을 나누려 한다. 자기 일에 굳은 의지와 강한 열정으로임한 인물들이 뉴욕을 다시 보게 하고 뉴욕의 매력에 빠지게 하고, 자신감과 용기를 충전해 줄 것이다. 낯선 곳을 여행하고 싶은 사람에게 조금이나마 대리 만족이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p9 프롤로그 중에서
“펜으로 예언하는 작가와 비평가들이여, 눈을 크게 떠라. 기회는 다시오지 않는다. 섣불리 떠들지도 마라. 섣불리 규정하지 말라. 세상은 돌고 돌아가니까. 오늘의 패자가 내일의 승자가 되리라. 시대가 변하고있다.”
스티브 잡스가 1984년 매킨토시 출시 연설을 시작하면서 한 말이다.밥 딜런의 노래 〈The Times They Are a-Changin'〉의 가사 일부이다. 스티브 잡스는 밥 딜런이 자신의 롤모델이라고 고백했다. 애플컴퓨터를 창업하면서 힘들 때마다 기타 치며 밥 딜런이나 비틀스의 노래를 부르고, 마음을 파고드는 노래 가사에 심취했다고 한다. 이는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는 사실보다 몇 배는 쇼킹한 이야기다. p42
뉴욕 거리 철조망 울타리에 털실로 짜 놓은 아름다운 여인이 눈에 띈다. 커다란 안경과 주렁주렁 목걸이로 치장하고, 빨간 바지를 입고 있는폼이 딱 아이리스 아펠(Iris Apfel, 1921~)이다. 뉴욕의 아이콘이고 100세할머니 패셔니스타이다.벙거지 모자에 큰 카메라를 들고 터덜터덜 걷는 한국 여인의 모습이쇼윈도에 비쳐 보인다. 곧장 북한산 둘레길로 가야 할, 편하게만 입은패션이다. 울타리에 앉아 있는 아이리스 아펠을 만나고 난 후라 더 초라해 보인다. 뮤지컬 극장, 박물관, 레스토랑도 가야 하고, 패션의 도시, 뉴욕이니까 최소한의 복장 예의를 갖춰 보기로 한다. p114, p116
‘그 집 땅 안 밟고는 마을로 들어갈 수가 없었지.’ 어릴 적 할머니가 어느 부잣집을 얘기할 때 하던 말이다. 록펠러센터는 존 D. 록펠러의 아들 록펠러 2세가 지은 맨해튼 속 또 하나의 도시이다. 비슷한 모양의 19개 빌딩이 멋진 슈트로 잘 차려입은 신사들처럼 매끈하게 서 있어서 맨해튼 미드타운에 가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財不百年(재불백년), 백 년 가는 재산 없고 부자는 3대를 가지 못한다는데 록펠러 가문이 여전히 부자라는 사실은 쇼킹하고 그 비결이 궁금해진다. 록펠러 가문은 어떻게 지금까지 부를 유지할 수 있었을까? p164, p166
미국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설계한 구겐하임 미술관은 너무나 혁명적인 구조 때문에 건축가와 예술가들의 엄청난 반대에 부딪혔다. 그 자체가 너무 독특하고 예술적이어서 작품 감상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경사지고 둥근 벽에 어떻게 작품을 거느냐는 것이었다. 설계하고 건축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요소들이 변경되었고 지금의 나선형 모습은 라이트의 당당함과 굳은 신념 덕분에 유지되었다. p175
1990년, 모슬렘 모하메드 아부엘레네인(Mohammed Abouelenein)은친구 2명과 함께 푸드 트럭(Food Truck)에서 핫도그를 팔기 시작했다. 핫도그가 한 끼 식사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고 할랄가이즈도 만들어 팔았다. 싸고 배부르게 빨리 먹을 수 있는 할랄가이즈는 당시 대부분 모슬렘이었던 뉴욕의 택시 기사들 사이에 빠르게 입소문이 퍼졌다. 푸짐하고 깔끔한 맛으로 슈트를 잘 빼입은 사회 각층의 뉴요커와 여행자들의 입맛까지도 사로잡아 버린다. 결국 뉴욕 길거리 음식의 대세였던 핫도그 자리도 빼앗고 ‘길거리 음식의 제왕’이란 별명까지 얻는다. p210
공원에 앉아 햄버거를 먹는 일이 이렇게 좋을 줄이야. 맛이 좋은 건 물론이고, 춥지도 덥지 않은 시골 마당에 앉아 있는 것처럼 아늑하고 편하다. 삼삼오오 모여 도란도란 얘기하는 소리가 유난히 정겹게 들리고 공원 한편 숲에서 날아온 풋풋한 향이 코끝을 스쳐 간다. ‘Shake Shack’은 밀크셰이크의 ‘Shake’와 ‘판잣집’이라는 뜻의‘Shack’이 합쳐진 말이다. ‘판잣집(Shack)’은 고객을 집에 초대한 손님처럼 테이블을 마련해 대접하겠다는 것이다.
p215, p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