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설익은 홍시를 햇볕 잘 드는 창가에 올려두고 이제나저제나 먹기 좋게 여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창가 위 홍시 너머로 엄마의 뒷모습이 겹쳐진다. 추운 날 돌아가신 외할머니 생각에 고무장갑 끝으로 물 뚝뚝 흐르는 줄도 모르고 부엌 창밖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매해 겨울을 나던 엄마처럼 나 또한 그렇게 창가 가장자리에 서서 한참을 매달리고 또 매달린다. 지금도 우리 엄마는 눈에는 담기지도 않을 창밖 풍경에 시선을 둔 채 가슴속에 외할머니를 담고 또 한구석엔 나를 담고 있을까?
(21쪽, 「창가」)
엄마, 조용한 서점에 따뜻한 햇살이 젖어 들 때,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을 계획할 때, 공연장에서 엄마가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들을 때, 잔잔한 영화를 보고, 정성 담긴 음식을 먹고, 좋아하게 된 책을 읽고, 가벼운 산책 하러 나갈 때 엄마와 함께였다면 얼마나 행복하고 좋을까 상상하며 엄마를 그리워하곤 해.
(41쪽, 「엄마가 보고 싶다」)
우리 가족은 그때 그 하얀 옷을 입은 사람이 천사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우리 엄마에게 더 큰 행복을 누리고 오라는 선물로 예쁜 꽃을 엄마에게 주고 간 천사.
(153쪽, 「내가 엄마니까」)
딸로 태어나 아내가 되고, 하늘의 축복으로 아기가 생겨 엄마가 되고, 운이 좋아 딸을 낳을 수 있다면 친정엄마가 되었다가, 내 딸아이에게 엄마가 되는 행운이 생겨 외할머니가 되는 그런 삶. 엄마가 떨어뜨린 빵 부스러기를 주우며 딸이 따라가는 길.
(203쪽, 「엄마 친정엄마 외할머니」)
아이 자신의 힘을 믿어주는 일, 아이가 결정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해낼 수 있다고 믿어주는 마음, 그리고 아이의 선택을 묵묵히 지켜봐 주고 응원해주는 엄마. 나도 엄마 같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208쪽, 「나도 엄마 같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