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성의 주요 요소를 다룬 매체도 성과 폭력에 대한 표현 때문에 논란이 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소설,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 등 대중매체는 물론 순수예술에서도 성과 폭력은 끊임없이 변주되고 재해석되어 여러 작품들이 발표되었다. 단순히 말초신경을 자극하여 눈요깃거리만을 제공하는 형이하학적인 콘텐츠부터 새로운 시선과 해설이 뒤따르며 사회적 변화를 가져왔던 긍정적인 것까지 다양한 시도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P.37)
즐길 수 있는 권리와 표현할 수 있는 자유가 사회마다 시대마다 각기 다르기 때문에 매체에서 표현하는 폭력과 선정성에 대해서는 항상 이의와 문제들이 존재한다. 성과 폭력을 소재로 사용하였을 때 성인들에게 허용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며 창작자에게는 표현의 자유가 무엇인지는 사회 적 다수의 합의와 약속 그리고 상식의 틀 안에서 계속 논의되어야 할 사안이지, 고정된 틀 안에서 영구불변적으로 박제화시켜서는 안 된다. (P.40)
학교 폭력의 참상을 웹툰에서는 무협적 판타지의 속성을 가진 힘 대 힘 혹은 강 대 강의 구조로 표현하여 허구의 세계에서만큼은 가해자들에게 동일한 폭력으로 대갚음하는 구조의 이야기들이 많이 발표되고 있다. 이것은 현실에서 도와주지 못했다는 방조자로서의 죄책감 그리고 피해자로서의 좌절감을 픽션에서 물리적인 힘으로 가해자를 제압함으로써 법이라는 시스템이 해결해 주지 못한 무력함을 대리만족으로 보상받으려는 심리에 기인한다. (P.114)
만화 역시 대중문화 중 하나이며 여기에 이윤을 추구하는 상업 문화의 속성을 가지기 때문에 더 자극적이고 원초적인 폭력성과 선정성을 띤 콘텐츠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이것이 만화를 모두 대변하는 것이 아니기에 다양성과 창작자의 표현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작품은 발표되어야 하는 것이고 이에 따른 사회적 담론이 형성되는 것이 중요하다. (P.130)
민주주의 사회에서 다양한 의견이 게시되고 논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기울어진 한쪽의 의견에 수익 악화를 걱정하며 오직 상업적인 시장 유지만을 걱정한다면 그것은 웹툰 퍼블리셔로서의 자세에 크나큰 결격 사유가 있는 것이다. 만화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특성과 콘텐츠로서의 정당한 가치를 인정하고 유통한다는 사명의식이 부재하기 때문에 이야기의 문맥과 반어적 표현과는 무관하게 시시비비가 예상되는 부분에 무차별적이고 기계적인 검열을 가하는 처사는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P.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