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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망꽃이 피었습니다

    • 저자
      유명숙
      페이지
      200 p
      판형
      140*210 mm
      정가
      13000원
    • 출간일
      2021-08-20
      ISBN
      979-11-6752-013-5
      분류
      문학
      출판사
      책과나무
    • 판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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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삶에 지친 현대인들의 마음을 다독이며 어루만져 주는 힐링 에세이. 긴 삶의 여정 동안 틈틈이 그려 온 가족과 이웃, 자연의 따뜻한 풍경들을 담았다. 은연중에 뱉은 말에서 느낀 엄마의 향기, 무쇠 화로에 담긴 새댁 시절의 추억, 집에 둥지를 튼 새 가족 제비네, 이야기할머니 활동을 하며 만난 희망꽃 같은 아이들…. 일상에서 마주친 사람과 자연의 마음과 마음을 잇는 따뜻한 행복이 느껴진다. 이 수필집이 지친 현대인들에게 마음의 여유와 평화를 가져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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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경남 진주에서 출생했으며 2002년 수필문학으로 등단하였다. 경남문인협회 이사, 진주문인협회 부회장, 경남수필문학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너도바람꽃 나도바람꽃』, 『능소화 뿌리내리다』가 있다. 『너도바람꽃 나도바람꽃』으로 경남문학우수작품집상을 수상하였으며, 근래에 포항스틸에세이 공모전, 등대문학상, 생활문예대상, 우리 숲 이야기 공모전, 해양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핵가족화로 인해 단절되어 가는 조손 세대의 문화를 소통시키고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높이고자 국학진흥원에서 지원하는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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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책을 엮으며˙

1부_내 마음의 갖풀
내 마음의 갖풀
튤립과 콩나물시루
도토리묵이 놓아 준 다리
어쩌다가, 수수
마음 소리
쪽파 송송, 기억 한 조각
사랑이 익어 가다
애인이 생겼어요
성숙의 계절에
내 손이 내 딸이지
돌아올 때 마음이 더 무겁다

2부_던짐줄
던짐줄
어떤 선물
걱정 대신 염원을 심다
아름다운 주름
경건한 손
꿈꾸는 숲
숲과 더불어 꿈꾸다
더운 날은 가만히 있어도 덥다우
자연의 보폭으로
유등을 띄우며
화로, 삶을 데우다

3부_참 좋은 당신
참 좋은 당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풍경 속 한 자리
골목 끝 학교에는
책을 기증하다
보고 즐기고 느끼다
더 멋진 것은 함께 모두 웃는 거다
한 지붕 다섯 가족
느티나무처럼 곱게 물들고 싶다
돌확 이야기
당신의 날개돋이를 기원하며

4부_희망꽃이 피었습니다
홀리다
무논의 하루
비움의 가치
새싹 유치원
같은 버스, 다른 기사장군이와 일곱 살 할머니
희망꽃이 피었습니다
지팡이의 가르침
진주만을 둘러보다
감나무 두 그루
꽃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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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소개

테란 어그러지거나 깨지지 않도록 그릇의 몸을 둘러맨 줄이다. 성한 그릇보다는 금이 갔거나 벌어질 조짐이 있을 때 두르는 것 아닌가. 옛날에 쓰던 장독을 살펴보니 모두 철사를 꼬아 매어 놓았다. 한솥밥을 먹는 가족에게 좋은 음식을 제공하고 온갖 먹을거리를 보관하는 크고 작은 옹기에 아버님의 손길이 닿아 있었다. 내 집에 들어온 물건이라 오래 함께하고 싶었던 오롯한 마음이 묻어났다. 부모님은 돌아가셨지만 아직도 자신의 소임을 다하고 있는 테는 철사 두 가닥으로 표현한 아버님의 웅숭깊은 배려였다. (18쪽)

 

얼른 한 그릇 떠서 잘 익은 김장김치와 갓김치 한 보시기 곁에 두고 뜨거운 국물을 한 술 떠넘긴다. 깊은 맛이 입안에서 혀를 타고 올라온다. 장어의 구수함과 갖은 채소의 들척지근함이 어우러진 맛이다. 그 단맛은 한 가지에서 나는 진한 맛이 아니다. 조금씩 양보하고 조심스럽게 어울려 입맛을 돋우는 순한 맛이다. 숟가락이 넘치도록 야채 건더기를 올려 입속에 몰아넣으니 혀와 입천장과 목구멍이 순하게 열린다. 등에서 땀이 난다. 허리가 쭉 펴진다.

“그래, 내 손이 내 딸이지.”

은연중에 뱉은 말이다. 음식 솜씨, 맵시, 마음씨가 곱다고 소문난 손끝이 야물던 어머니가 자주 하시던 말씀이다. 순간 명치가 묵직하다. 그 묵직함이 나를 학창 시절로 이끈다. 채 아물지 않은 상처는 가슴을 헤집고 다니는 모양이다. (49쪽)

 

휠체어에 의지해야만 움직일 수 있는 아들이고 어머니는 궁둥이를 밭고랑에 끌고 다니며 일을 하는데 아들은 집안일을 잘하고 노인은 바깥일을 잘한단다.

“해마다 고구마 순을 심으며 내가 죽으면 거둘 사람 없는 울 아들과 오래오래 살다가 같은 날 한시에 묻히게 해 달라고 빌어.”

그렇구나. 하루하루가 힘들지만, 그 염원이 노인의 삶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구나. 노인의 뒷모습을 배웅하고 갈 길을 간다. 어느새 골짜기에 있던 이내가 마을을 거쳐 강까지 내려왔다. 영천강 보 위에서 먹이 사냥을 위해 꼼짝 않고 가는 다리로 버티고 있는 왜가리. 깡마른 노인의 모습인지 왜가리인지 흐릿하다. (71쪽)

 

“뿌리라고 하면 땅속으로 뻗어 내리는 것인데 더웠다가 춥다가 건조하기도 한 땅 위로 올라올 때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하지만 저렇게 땅 위로 올라와 숨을 쉰답니다. … 누구든지 시련에 부딪혔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의 어려운 처지가 영원하지 않을 것을 믿는 것입니다. 힘이 모자란다면 부모, 형제, 친구, 이웃의 손을 잡으세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낙우송을 두 팔로 마음껏 안는다. … 이내 모두 얼굴을 들고 푸름이 묻은 물방울 샤워를 한다. 활짝 핀 부용만큼이나 표정이 환하다. 한 학생이 “쉿” 입술에 대었던 손가락으로 옆의 나무를 가리킨다. 젖은 수피에 붙어 있던 매미가 허물을 벗고 있다. 사람들은 출산을 돕는 의사의 마음처럼 서로 잡은 손에 힘을 준다. … 날개를 말려 줄 바람이 건들 분다. 모두의 입김을 모은 바람이다. (150쪽)

 

억지로 피우려고 아등바등하지 않으면서도 때가 되면 피운다. 피어난 꽃은 바닥을 기는 땅빈대도, 하늘을 능가한다는 능소화도 부러워하지 않는다.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산다. 꽃무릇도 준비하고 있을 거다. 누가 뭐라고 하든, 스스로 자신의 스승이 되어 꽃의 길로만 간다. 갈팡질팡하지 않고 자신의 이름 꽃으로만 산다. 태양을 향해 피어 있다가 때가 되면 시들어 꽃은 지고 진자리에 열매 맺는다. 상사화가 피면 마음은 따라 애절하고 그 마음 다독이느라 백양꽃이 노을처럼 곱게 번진다. 질세라 뒤이어 꽃무릇이 핀다.

여린 꽃은 저리 오롯한데 바라보는 마음은 하루에도 수십 번 흔들린다. 좁은 화단에 꽃은 성긴 듯 무성하다. (1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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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한 뼘씩 만들어 가는 시간 속 점점 커지는 희망과 행복
가족과 이웃, 자연의 따뜻한 풍경들을 담은 힐링 에세이”

‘이제는 무모하게 달려갈 생각을 조금씩 내려놓는다. 바위처럼 서 있어도 좋고 파도처럼 들어왔다 나가기를 반복해도 좋다. 전망대에 앉아서 지는 노을을 바라보아도 좋겠다. … 여 아는 사람을 만나면 멈추어 서서 한참을 살아온 이야기, 살아갈 이야기를 나눌 거다.’
「자연의 보폭으로」 중 일부다. 이 책은 작가가 긴 삶의 여정 동안 만난 삶의 풍경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담하고 여유롭게 그려 내며, 한참을 살아온 이야기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이야기들을 나눈다. 그의 문장에는 삶에 지친 현대인들의 등을 토닥여 주다가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 주는 가슴 훈훈한 배려도 엿보인다.
‘공기의 진동에 불과한 소리에 배려와 사랑이 담겨야 하는 것을.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거나 빗맞히거나 한 손으로 힘껏 치니 부드럽고 그윽한 음색이 날 수 없지. 저 여인처럼 자신이 아닌 당신을 위한 연주를 한다면 작은 소리인들 듣지 못할까. 성숙하지 못한 마음으로 내는 소리가 어찌 아름다울 수 있겠는가.’
작가는 사소한 에피소드 하나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특히 타인의 잘못이나 결함을 탓하기보다는 자신의 너그럽지 못한 마음을 탓한다. 자신의 마음의 공간을 비워 당신을 위한 연주를 하겠다는 작가의 글에서 타인에 대한 배려와 따뜻한 마음이 더욱 짙게 느껴진다. 작가의 에세이가 읽는 이로 하여금 더 큰 감동과 평화를 가져다주는 이유다.
‘아직 누군가를 위해 봉사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어르신들을 만나면서 조금씩 마음이 넉넉해지는 것 같다. 고맙다며 덥석 잡는 손이 투박하다. 그 투박함 속에 살아온 세월만큼 기쁨과 슬픔의 무늬가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손 안에서 삶의 철학이 살아나는 듯하다.’
사물이나 사람, 자연 할 것 없이 모두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 것은 작가의 평소 생활과 신념에서도 엿보인다. 나이가 들어서도 여러 가지 봉사 활동에 참여하며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마음을 나누는 작가는 그들에게서도 삶의 철학을 배운다. 그리고 그것은 곧 글이 되고, 삶이 되고, 독자들에게는 힐링이 된다.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다.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라고 어떤 시인이 말했다고 한다. 그렇다. 언젠가는 활짝 핀 꽃이다가 튼실한 열매가 맺힐 거다. 작가는 이 수필집을 통해 삶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모두가 ‘꽃봉오리’라고, 그래서 결국엔 ‘튼실한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거라며 희망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을 잊지 않는다.
이처럼 이 책에는 추억이 있고, 추억에는 숨결을 불어넣어 생명처럼 숨 쉬고 있다. 그래서일까. 작가의 추억이, 따뜻함이, 그리움이, 가슴 가득 위로의 마음으로 전해 와 마음의 공간을 채운다. 이 책을 통해 사람과 자연과 마음을 잇는 따뜻한 행복을 느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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