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분은 발견 당시 이미 상당량의 피를 흘린 상태로 구급대원이 도착해서 사망을 확인했습니다. 저희도 이런 소식을 전하게 돼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리고 그… 사망 당시… 모습이….”
형사는 내 눈치를 보며 웅얼거렸다. 동생이 발견된 당 시 어떤 모습인지 말하길 주저하고 있었다. 노트북 옆에 놓인 사건 파일의 페이지를 넘겼다 되돌리길 반복하더니 겨우 입을 열었다.
“등에 칼이 꽂힌 상태로….”
하아. 나도 모르게 옅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곧이어 누군가 내 심장을 쥐어 짜내는 것처럼 숨이 막혔다. 사건 현 장 사진을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칼이 열 개던가요?”
“어떻게 아셨습니까?”
나는 대답 대신 휴대폰 검색으로 시작했다. 소드 10 타로 카드가 나온 사진 한 장을 형사에게 내밀었다. … 장검 열 개가 목부터 척추를 따라 엉덩이까지 빼곡하게 꽂힌 채 엎드려 죽은 남자의 모습이다. (14-15쪽)
“예, 병원 구급차가 바로 도착했습니다.”
“혹시 이화서 씨 얼굴은 기억나세요?”
그래도 집요하게 물었다.
“특이해서 기억나는데요. 동안이라고 하죠? 어려 보이는. 나이가 많아 봐야 20대 중반? 사실 10대라고 우겨도 될 정도였습니다.”
내 촉은 바짝 곤두섰다. 이화서는 30대 중반의 여성이다. 아가씨 출신이라 성형 수술을 하고 피부 시술을 한다고 해도 10대까지 보이기는 힘들다. 최악의 경우가 자꾸 떠올랐다. 애써 떨쳐 내려고 했다.
“그리고 목, 목에 나비 문신이 있었습니다.”
결국 피하고 싶었던 최악의 경우와 마주쳤다. (167-168쪽)
하.
나는 기가 차서 현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지옥도가 있다면 이런 풍경일까? 피해자는 사건이 일어난 소파에서부터 현관문 앞까지 기어왔다. 하지만 턱을 넘지 못하고 손만 뻗었다. 복부 자상이라 출혈량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였다. 온몸이 피에 잠겨 있었다. 팔을 현관으로 뻗은 덕분에 피가 복도로 흘러나온 것이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까지 몇 분이 남았을까?
나는 경찰이 아니다. 폴리스 라인이 만들어지면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최대한 빨리 현장을 파악해야 한다. 멀리서 경찰 사이렌 소리가 벌써 울린다. 시간이 별로 없다. 최대한 많은 것을 머릿속에 기억해야 한다. 한 장의 타로 카드를 외우듯, 현장을 외워야 한다.(21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