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가 우당탕 소리를 내며 옆으로 넘어졌다.
쓰러진 공승천의 입에서는 방금 먹었던 샌드위치가 노란 액체가 되어 흘러나왔고, 얼굴은 무표정했지만 눈은 무엇인가를 말하려는 듯 점점 핏발이 섰다.
공승천은 몇 번 끄윽 끅 소리를 내며 심호흡을 하는 듯하더니 그대로 숨을 멈췄다.
(49-50쪽)
당승표는 커피 잔들을 모아 유심히 살폈다. 뷔페에서나 나올 법한 흰색 커피 잔. 전체가 흰색이라 아무 무늬가 없다.
공승천의 커피 잔을 살펴봐도 이가 나갔다든지 다른 잔들과 차이점을 찾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러시안룰렛처럼 범인 자신도 복어 독을 먹을지도 모를 도박을 했다는 건데……. 아니야. 절대 그럴 리 없어…….’
(52쪽)
“여기 식당에 붙어 있던 똑같은 포스트잇이 붙어 있습니다. ‘너는 이미 죽어 있다.’ 무슨 뜻인지 아시겠습니까?”
백종명은 모른다고 고개를 가로저었지만 당승표의 동공은 반짝 빛났다.
“뜻은 잘 모르겠지만, 범인이 남긴 단서임이 틀림없습니다.”
(90쪽)
“저는 미래컨설턴트 실장 안재현입니다. 아까 잠깐 설명했듯이 어려운 일을 당하신 분들이 합리적이고 적절한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사람입니다.”
“네, 그건 알겠습니다. 근데 어떻게 알고 저를 아침부터 찾아오신 거죠?”
“뭐, 좋은 말로 컨설턴트지만 사회에서는 브로커로 통하죠. 우리 회사는 이런 일만 찾아다니기 때문에 어젯밤 동영상을 보자마자 서둘렀습니다.”
(134쪽)
“권성철 씨는 다른 이유도 아니고 고작 도박하려고 빌린 거 아닙니까? 피 같은 남의 돈을 떼먹으면 안 되죠.”
권성철은 연신 고개를 바닥으로 끄덕였다. 빚을 갚지 못하면서 많은 구타를 당했기 때문에 조건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인 것이다. 가면의 남자는 다시 사람들을 보며 외쳤다.
“하지만 채무자 여러분, 걱정하지 마세요. 오늘 제가 여러분의 부채를 대신 갚아 주려고 하는 겁니다.”
여섯 채무자는 놀라 고개를 들고 가면의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물론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야겠죠. 현재 여러분은 빚을 갚기 힘들어 목숨을 내놔야 할 상태입니다. 그럼 권성철 씨에게 묻겠습니다. 빚을 탕감하는 대신 목숨을 팔겠습니까?”
(285쪽)
봉고차 뒤쪽으로 여섯 명의 남녀가 탑승하자 젊은 남자는 말했다.
“지금부터 가는 장소의 이름은 ‘교동회관’입니다. 정확한 위치는 여러분께 알려드릴 수 없어 불가피하게 장소에 도착하기까지 수면 상태를 유지하고자 합니다. 기체흡입제이고 수면 지속시간은 4시간 전후가 될 겁니다. 걱정 마시고 깊게 한잠 주무시면 해당 장소에 도착해 있을 겁니다.”
(29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