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처럼 시를 품은 시인,
일상과 자연을 향한 온기 가득한 70여 편의 시를 담다!”
시인은 시에 대해 ‘헐벗은 영혼에 옷 한 벌 걸치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이 시집은 ‘시 한 편의 온기에 의지해 오늘을 살았다’는 시인의 말처럼, 온기가 가득한 70여 편의 시를 담고 있다. 시인은 이 시를 통해 삶의 풍경들을 때론 유쾌하게, 때론 시니컬하게 풀어 나간다. 시니컬한 그의 시에 온기가 있을 수 있는 이유는 사물에 대한 깊은 애정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이 시집의 가장 큰 중심 테마를 들라면 세 가지로 말할 수 있다.
첫째는 ‘삶의 풍경’이다.
두 중년 아주머니가 전철 안에서 서둘러 내리다 뒤따르던 여자가 내리지 못한 장면을 보고 내뱉은 ‘어머머’ 한마디를 ‘두 여자 입에서 동시에 뛰쳐나온 감탄사가 / 잘린 도마뱀 꼬리처럼 파닥거린다’고 표현하는가 하면, 우리 사는 삶을 ‘가면무도회’라 표현하며 ‘가면의 삶에 충실한 자만이 살아남는 무도회는 서로 상대를 속이고 드디어 자신까지 속인다 학력을 속이고 경력을 속이고 나이까지 속이는 사람도 있다 정치인, 재판관, 목사, 학자, 상인 모두가 거짓과 속임수를 쓴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렇게 삶의 풍경에 대해 소소한 유머러스함과 비판적인 시선의 두 가지 태도를 취한다.
두 번째는 ‘사랑’이다.
허리 굽은 할머니가 바깥출입 못 하는 할아버지에게 냉이꽃을 선물하는 장면을 표현하며 ‘벌써 냉이꽃이 이렇게 피어 부렀는가 / 하면서 냉이꽃처럼 환하게 웃는다’라고 말한다. 세월 따라 더 따뜻해진 남녀 간의 아름다운 사랑이다. 또 어머니에 대한 사랑 또한 놓치지 않는다. 한 끼의 식사에 대해 ‘어머니의 경건한 기도’라 표현하며 ‘나는 신에게 경배하듯 / 밥상 앞에 앉는다 // 한 숟갈의 밥을 떠 넣으면 / 한없는 사랑에 목이 메어 온다’와 같이 말한다. 사랑에 대한 그의 태도엔 한없이 온기가 흐른다.
세 번째는 ‘자연’이다.
바람에 풀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고 ‘바람은 스스럼없이 풀을 껴안았다 // 그들은 서로 한 몸이 되어 춤을 췄다 / 풀잎에서 바람의 몸짓이 흘러나왔다’와 같이 표현하는가 하면, 꽃 한 송이 피어나는 순간에 대해 ‘시간에 이끌리어 / 새롭게 탄생하는 // 절정의 순간’을 보는 당신에게 ‘신의 비밀을 훔쳐보고 있’다고 말한다. 아름다운 자연에 대한 시이다.
그런가 하면, 파괴된 자연에 대한 시도 여럿 있다. 북태평양 미드웨이섬에 사는, 거친 바람을 타고 가장 높이 가장 멀리 나는 새 ‘알바트로스’의 이야기는 생명파괴에 대한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수천 킬로를 날아가 물어 온 먹이를 새끼에게 건넸지만, 그것은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 / 육지와 바다 어디에서나 넘쳐나는 플라스틱 조각들’이었다. ‘플라스틱을 삼킨 어린 새는 고통으로 신음하고 / 새들의 섬엔 죽음의 그림자가 일렁인다’. 그렇게 썩어 가는 새의 시체에서 발견된 ‘비닐, 칫솔, 병뚜껑, 가스라이터, 머리빗, 비닐 끈’에 대해 시인은 ‘찬란하게 피어나는 문명의 꽃들’이라 반어적으로 표현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벌목되는 나무, 면봉을 꼬리에 감고 헤엄치는 해마, 그물에 감긴 채 죽어 가는 바다거북 등 ‘신비와 고귀함을 지닌 생명들 / 하나로 어우러져 살아가는 지구’의 아름다움과 함께, ‘자연의 분노와 절망, 탄식의 소리’를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시를 생명처럼 품은 시인의 세 가지 테마와 그 이면에 흐르는 비판적이면서도 애정 어린 시선을 느끼며 이 시집을 읽길 바란다.
이 시집을 통해 자연에 대한 우리 자신의 태도를 돌아보고 생명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을 갖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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