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들이 고맙다. 아픔과 외로움과 다짐과 그리움의 산물인지라 대할 때마다 후회와 슬픔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때마다 나를 위로해 준 것도 너희들이었다. 그래서 나의 못난 기록에 다가오는 어느 소중한 독자에게도 네가 따뜻한 위로가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 _ ‘시인의 말’ 중에서(5쪽)
보름달 빛이 밝을 때는 / 버스를 타자 // 까까머리 친구들, 하얀 칼라에 / 지지배배 소문이 묻어 나오던 그 버스를 타고 // 그리운 어머니에게로 가자 // 낙엽이 뒹굴다 끝내 울어 버릴 때는 / 버스를 타자 … _ 「버스를 타고 1」 중에서(18쪽)
… 그렇게 강건하셨는데 쉰여덟 연세에 조상님의 나라로 가셨습니다 새벽마다 벽을 뚫고 화살같이 날아와 아들의 어두운 방 안 가득 쌓여 갔던 아버님의 핏빛 기침 회복되지 않는 아픔에 아들의 심장도 죄스럽게 뛰지 않았습니까 아직 어두운데 딸들이 일어나 이거저거 만지더니 가방을 메고 나갑니다 이불을 박차고 현관까지 쫓아가 뽀뽀를 받고 학교에 보냈습니다 아버님 저 아이들은 훗날 자기 아버지를 어떻게 추억할까요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아껴 주지 못한 것이 마음이 아픕니다 _ 「아버님 전상서 3」 중에서(56-57쪽)
결국 무연고자로 한 줌 재로 돌아갔다 / 70대인 김씨가 아끼고 아껴서 남긴 통장의 천 만 원은 /가족에 대한 작은 미안함도 되지 못하고 / 누군가를 위한 후원금으로 기증되었다 / … / 바람이 사는 마을 기초생활수급자 김씨는 / 20년을 혼자 살았고 / 돌아오지 못할 먼 길도 혼자 떠났다 _ 「바람이 사는 마을 1 - 김씨」 중에서(100-10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