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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자이미지
  • 따뜻한 무관심

    • 저자
      로스 민(민경수)
      페이지
      219p
      판형
      155 * 219 mm
      정가
      13,500원
    • 출간일
      2017-02-01
      ISBN
      979-11-5776-367-2
      분류
      문학
      출판사
      책과 나무
책 소개

로스 민 작가의 『하얀 코끼리 검은 고양이』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 어느덧 오십이 되어 버린 직장인이 마치 오솔길을 산책하며 수다 떠는 기분으로 적은 편안하고 솔직담백한 34편의 삶, 죽음, 일, 글쓰기, 책 읽기, 고양이 그리고 추억에 대한 이야기 여행을 지금 한번 떠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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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자 로스 민은 철학자도 종교인도 인문학자도 유명인사도 그 무엇도 아닌 20년 넘게 직장 생활을 한 평범한 월급쟁이로, 『하얀 코끼리 검은 고양이』, 『관계, 가꿀까 끊을까』를 집필했다. 그는 이번 세 번째 책에서 자신은 전문 작가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너무나 무모하게도 삶과 죽음, 신과 종교를 이야기한다. 독자가 이 책을 보고 설사 자신의 생각에 비판적이라 할지라도, 삶과 죽음, 신과 종교와 같이 무겁고 예민한 화두에 대해서 좀 더 진중하게 생각할 기회를 얻는다면 그것으로 책을 낸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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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세 번째 배낭을 꾸리며
01 - 따뜻한 무관심
02 - 그냥, 수다
03 - 동거, 백 일째
04 - 신(神)과의 토론
삶을 바라보는 여섯 가지 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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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소개
지난 두 번의 글쓰기 동안 토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던, 쓰고 싶지만 쓰지 못했던 게 있었다고, 이제는 고백하고 싶다. 이야기의 주제가 삶이든 일이든 관계이든 추억이든, 뭐가 됐든, 그런 것들이 의미를 가지려면 어쩔 수 없이 ‘삶은 살아갈 가치가 있는가.’로 연결되고 그건 삶의 종착지인, 단어를 쓰는 것조차 두려운, ‘죽음’에 관해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건 결국 삶과 죽음의 본질을 탐구하는 철학으로 연결된다. 그런 쪽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나의 지적 한계와 두렵고 우울한 기운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그동안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거나 가볍게 살짝 건드리기만 했다.

하지만 모든 생물은, 사람은 죽음을 피할 수 없다. 삶의 끝인 죽음을 얘기하지 않고 어찌 삶을 얘기할 수 있을까. 특히 나처럼 어느덧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짧게 남아 버린 사람들은 죽음과 좀 더 친숙해져야 하지 않을까. 죽음이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으니까.

(P.10~P.11 ‘세 번째 배낭을 꾸리며’ 中)

4시 반쯤 갑자기 새벽의 정적을 깨며 전화가 울렸다. 순간, 뭔가 안 좋은 느낌이 들었다. 전화를 통해 들은 내용은 내가 예상한 불길한 느낌을 넘어섰다. “네팔에서 온 근로자가 방금 전 방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난 다리가 떨렸다. 무서웠다. 겁이 났다. 근무복으로 갈아입으며 두려운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애썼고,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하고 방문을 열고 나왔다. (중략)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세상의 모든 일은 ‘왜 해야 하나?’라는 질문을 반복해서 몇 번만 들어가면, 결국 다 사람을 위해 한다는 결론에 다다르지 않을까. 사람을 위해 일을 하다가 사람이 죽었다. 모든 생물체의 종착지 죽음. 죽음이란 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런 것들에 비하면 내가 하는 일은 하찮은 것일까. 내 삶은 살아야 할, 혹은 버텨야 할 가치가 있는 걸까. (중략)

알베르 카뮈의『시지프 신화』생각이 났다.『이방인』이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려 ‘죽음’이라는 주제에 은유적으로 다가갔다면,『시지프 신화』는 용감하게도 ‘자살’이라는 주제를 정면으로 던지며 죽음을 직접적으로 다뤘다. 카뮈는 자살이라는 주제만큼 본질적인 질문은 없다고 단언했다. 왜냐하면 그 주제는 결국 ‘인간의 삶은 살 가치가 있는가?’라는 가장 근원적인 철학적 질문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 질문 이외의 것들은 모두 사소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태양이 지구를 도는지 지구가 태양을 도는지 하는 진리조차도 자살이라는 주제에 비하면 사소하다고 했다.

(P.18~P.22 ‘죽음’ 中)

앞에서 잠깐 소개했던 카뮈의『시지프 신화』, 좀 더 얘기해 볼까.

시지프는 지옥에서 벌을 받고 있다. 형벌은 ‘부질없는 무한 노동’. 바위를 산 위로 굴려서 올린다. 산 위에 바위가 다다르면 다시 밑으로 굴러 내려온다. 시지프는 다시 내려와 산 위로 바위를 올린다. 의미 없는 이 짓을 끝없이 계속해야만 한다. 이 신화는 누구나 다 얼핏 들은 적이 있다. 근데, 도대체 뭘 잘못했기에 시지프에게 이런 형벌을 준 걸까. 시지프는 절대자가 죽음을 명했지만 삶을 연장하기 위해 그 명령을 거부했다. 더 살고 싶어서 명령에 항거했고, 그래서 지옥에 떨어졌다. 삶의 열정이 죄목이다. 그렇다면, 형벌이 정말 심오하고 가혹하다. 어쩌면, 가장 삶에 가까운 형벌이 삶에 대한 열정이라는 죄의 응징이 되었다.
(중략)

또 한 가지 우릴 설레게 만드는 건 삶의 가치가 미제인 것과 마찬가지로, 어떤 기쁨이 앞으로 날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 즉 삶의 기회가 남았다는 것, 나에게 주어진 것을 아직은 다 소진하지 않았다는 것, 그것 자체로 기쁨이지 않을까.

(P.45~P.50 '바위‘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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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로스 민 작가의 『하얀 코끼리 검은 고양이』 세 번째 이야기
어느덧 오십이 되어 버린 직장인의 흥미진진한 내 안으로의 여행”
스스로를 ‘아마추어 작가’라 칭하지만 여느 프로 작가 못지않은 자기만의 색이 뚜렷한 로스 민 작가의 세 번째 ‘내 안으로의 여행’이 시작된다. 지난 두 번의 글쓰기 동안 토하고 싶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던, 쓰고 싶지만 쓰지 못했던 진솔한 고백이 이어진다.
산책하며 수다 떠는 기분으로 글을 쓰고 싶었다던 작가의 고백처럼, 이 책에는 삶과 죽음, 글쓰기와 책 읽기, 고양이 등 다양한 주제들이 작가의 따뜻하고 재미있는 추억들 그리고 작가의 솔직한 철학관과 어우러져 개성 넘치고 따뜻한 분위기를 선사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한 번쯤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작가 스스로도 ‘그 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흥미진진한 내 안으로의 여행’이라 일컫는 이 책 속으로, 이제 배낭을 메고 신발 끈을 조인 후 이 세 번째 여행을 함께 떠나 보자. 오솔길을 따라 걸으며 과거의 장소와 사람들, 기억의 조각들을 보는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책 읽기에 대해 전체적으로 수박 겉핥기식으로 대충 수다를 떨었으니, 이제 조금만 더 들어가 보자. 나에게 영향을 주는 책은 크게 보면 네 가지가 있다. 첫째, 나의 가치관의 방향타가 된 전환점을 준 책, 둘째, 가치관을 좀 더 선명하게 만들어 준, 즉 내 머릿속에 있던 모호한 줄기가 명확한 언어로 표현된 책, 셋째, 내 가슴을 적셔서 감성을 자극하는 책, 넷째, 지적 호기심을 채워 주는 책.
짧게 표현하자면, 순서대로, 날 때리는 책, 날 잡아 주는 책, 날 적시는 책, 날 배부르게 하는 책이다. 비유를 하자면, 벼락, 나침반, 단비, 영양소 같은 책이다. 이 순서의 역순으로 어떤 책들이 있었는지 기억을 더듬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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