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담 밑에서 햇볕도 제대로 받지 못해 크지도 못하는 못난 개나리 나무는 매년 제일 먼저 노란 꽃을 틔워 아파트에 봄을 알려 줍니다. 우리는 춥다고 옷깃을 여미며 움츠리고 다니지만, 개나리꽃은 노랗게 피고 목련나무의 꽃 몽우리는 점점 커져 가고 있습니다. 만물이 꿈틀거리는 새로운 봄을 맞이하였으니 마음도 예쁜 꽃을 피우고 삶도 예쁘게 가꾸어 아름다운 저만의 세상을 준비해 보렵니다. _「노오란 개나리꽃」 중에서(17쪽)
오솔길 안의 나뭇가지가 눈의 무게를 못 이겨 축 내려가 있네요. 예쁜 눈이 떨어지지 않도록 제가 머리를 숙이고 지나갔습니다. 나무마다 눈꽃이 피어 있어 아름다운 크리스마스카드의 그림 속 풍경을 연상케 합니다. 이러한 아름다움이 있어 더욱 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됩니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면 새로운 시간을 만나 재충전하면서 새로운 생활을 힘차게 발돋움하지요. _「소복이 쌓인 눈」 중에서(79쪽)
동생이나 올케한테 전화하려 해도 턱관절이 틀어져 있어 당연히 말도 안 되니 당혹스러움에 아찔하여 어쩔 줄 몰라 했지요. 심장이 놀라서 벌렁벌렁, 가슴이 쿵쾅쿵쾅 뛰고 난리가 났습니다. 너무 놀라 환장할 일이었습니다. ‘주님, 저 어떻게 해요? 정말 저 어떻게 해야 되나요?’ _「지하철은 나의 분신」 중에서(102쪽)
우리가 너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기도해 주고 있어서 외롭지 않을 거야. 오히려 네가 우리와 함께 있으면서 웃음을 주었던 너의 모습이 더 그리워지고 있어 벌써 보고 싶네. 그 길이 관광 떠나는 길이라 생각하고 웃어 보렴. 우리들이 함께했던 기도와 웃음들이 네가 가는 길에 꽃길을 펼쳐 너의 외로움과 쓸쓸함을 위로해 줄 수 있다면 좋겠구나! 우리들의 웃음꽃다발로 네 마음 즐겁게 해 줄게 . _「한 줌의 재로」 중에서(24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