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는 도대체 누구일까?
어느 날 아담한 키의 젊은 여자가 골목에 나타났다. 그녀의 작은 눈은 상냥해 보였지만 누군가를 경계하는 눈빛이었다. 그녀가 즐겨 입는 월남치마는 허리부분이 잘룩하고 밑으로 갈수록 살짝 에이자형으로 펼쳐있어서 옷맵시를 좋게 했다. 동네여자들이 젊은 여자의 뒤통수에 대고 날이면 날마다 수군대는 저 여자는 대체 누구일까 궁금해 했다. 나도 그녀의 정체가 알고 싶어 죽을 지경이다. -p11-
내 생전에 이렇게 배가 아파보기는 처음이었다. 나의 호들갑이 예사롭지 않았는지 아버지가 나를 붙잡고 빨리 병원으로 가자고했다. 나는 내 몫의 계란후라이를 형제들이 먹을까봐 갔다 와서 먹을 테니 가만 놔두라고 신신당부하며 엄마 등에 업혔다. 그러나 내가 업혀서 대문을 나서기도 전에 내 계란후라이는 산산조각이 났고, 쌈박질하는 소리가 대문 밖까지 들렸다. -p23-
내 귀를 꼭 틀어막던 가 저들의 입을 수건으로 틀어막던지 조만간에 무슨 수를 내야할 것 같다. 골목여자들은 모였다하면 며칠 전에 야반도주한 작은 엄마 얘기로 수군덕거렸다. 나는 차라리 귀가 먹었으면 좋겠다. 작은 엄마를 두고 대놓고 첩년이라고 말하는 저 키가 멀대처럼 큰 여자의 턱주가리가 푹 빠지는 상상을 해본다. - p54-
들어가지 않겠다고 버티는 정희를 막무가내 끌고 왔다. 우리는 신발을 벗고 향냄새가 진동하는 마룻바닥에서 한 시간 여 기다린 후에야 용하다는 점쟁이와 마주했다. 되지도 않는 사법시험에 매달리는 저 빌어먹을 인간이 요번엔 붙을 건가 말 것인가 너무 궁금해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내 속마음은 그 자식이 하루라도 빨리 시험에 떨어져서 이제 고만 밥벌이 좀 하라고 내뱉을 뻔했다. 그 골빈 녀석이 언제까지 정희의 등골을 빼먹을 건가 속 시원히 알려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나는 포기한 지 오래지만 정희는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p360-
말려야 사랑이 불타오를 텐데 너무 안 말리니까 나는 슬그머니 부이가 날 지경이었다. 저 늙은이들이 이제는 올라가서 아들을 뜯어말리고 끌고 내려오든가, 아들과 심하게 싸우든가, 조만간에 결판 지을 때가 됐는데⋯. 그들은 엉덩이가 심할 정도로 꿈쩍도 안했다. 무슨 심보로 방관하고 있나 궁금해져서 내가 그 늙은이들에게 쫓아가서 따질 뻔했다. 빨리 좀 참견하라고, 정희 혼자 댁의 아들 뒤치다꺼리하다 죽을 지경이라고. -p3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