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제작은 주름과의 싸움이다. 주름은 구두 제작자에게 항상 머리 아픈 존재이며 그들이 말하는 기술의 알파와 오메가라고 할 수 있다. 누군가가 구두 제작의 달인이라면 그는 주름을 가장 잘 이해하고 다루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 정도로 주름은 구두를 만드는 데 많이도 나타나면서 문제 해결의 키를 쥐고 있다.
주름이 생기는 이유는 라스트가 구(球)의 형태를 지니고 있어서 패턴지의 평면과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립 패턴이란 이 주름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도록 공평하게 나누어진 패턴을 말하고, 중립 패턴을 만듦으로써 1차적인 평면 패턴을 얻게 되는 것이다. 패턴에서 생략된 주름의 면적은 가죽이라는 탄력 있는 매개체를 잡아 늘림으로써 재생된다.
주름은 패턴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갑피의 접음질에서도 나타나고, 특히 저부 작업에서 많이 나타난다. 갑피와 저부 작업에서 나타나는 주름의 공통적인 해결 방법은 똑같다. 하나는 길이(접음밥의 길이, 골밥의 길이)를 짧게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길이를 짧게 한 후에 큰 주름을 가능한 잔주름들로 작게 분해하는 것이다. 주름을 작게 분해하면 평면에 가까워지므로 미싱을 하거나 창을 붙이는 작업으로 이어질 때 수월하고 깔끔한 마무리가 가능해진다.
모름지기 훌륭한 결과물은 몇 십 년의 경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구두가 만들어지는 원리를 잘 이해하고 연구하는 자세에서 나오기 마련이다. 구두에서 그 핵심은 주름을 잘 이해하는 것이고 몇 십 년의 경력은 한낱 부차적인 것에 불과하다. --- pp.1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