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벌이는 녹록지 않고 시간은 넘쳐나니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 마치 까마득한 미로 속을 헤매는 듯한 기분이 들 때도 있다. 바로 노후 여정에서 중요한 분기점을 만난 시점이다. 이 시기를 지혜롭게 극복하지 못하면 노후의 행복은 우리에게서 점점 멀어져 가는 신기루(蜃氣樓)가 될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생각 외로 이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마지못해 살아가는 듯한 사람들을 접하게 된다. 누구의 인생인가? 우리 스스로 노후 생을 가꿔야 할 중요한 간이역임을 간과하지 말자.
이를 해소하는 방법은 생각 외로 간단하다. 무작정 하루하루의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시간 벌이를 하는 것이다. 맨 먼저 매일 하루 일정을 오전과 오후로 분할하여 주요 일정을 잡는 작업이 효과적이다. 가능한 한 오전에는 맑은 정신으로 집중할 수 있는 일로, 오후에는 여유 있는 마음가짐으로 실천할 수 있는 취미 활동이나 소일거리가 될 것이다. 시작은 미미할 수 있으나 거듭할수록 구체화되고 기록마저 하게 되면 점점 체계적인 일과표가 만들어질 것이다. 또한 실행을 하다 보면 자신이 모르는 것을 배우는 기회가 되며, 배움을 통하여 친구를 사귀는 긍정적인 효과도 누리게 된다. (94-95쪽)
나는 국궁의 취미를 가진 터라 한 달 살기 프로그램에 참가 시 추가로 국궁장을 방문하여 활을 낸다. 해당 군 소재지의 국궁장을 미리 조사하여 여행 일정에 무리가 없는 범위 내에서 지역 명소의 홍보는 물론, 개인적 취미 생활도 즐기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 나의 사례처럼 ‘한 달 살기 프로그램’에 참여함으로써 각자의 취미 생활을 부가시켜 개인별로 취미의 진수를 더욱 누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찰 순례, 야생화 탐방, 낚시 등 지역별로 특성화된 명소와 볼거리가 무궁무진하다. 이와 같은 특성화된 프로그램은 지자체별로 지역 명소에 대한 홍보 차원의 대중화와 역사적·문화적 계승을 위한 숨은 노력의 결실로 여겨진다.
이제 마음의 짐을 털어 내고 밖으로 향하자! 취미가 여행을 만나면 우리가 바라보는 시야도 더욱 넓어지고 생각도 더 깊어질 것으로 믿는다. 그렇게 하면 우리는 취미를 통해 진정한 자신을 바라볼 수도 있게 되리라. 나는 다음번의 ‘한 달 살기 프로그램’ 참여 시에는 ‘천주교 성지 순례지’ 탐방을 추가로 포함할 예정이다. 어느 곳일지 아직 모르겠지만 야릇한 호기심으로 기대된다. 분명 그곳은 나 자신을 돌아보며 마음 설레게 하는 여정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이제 또 다른 문을 두드려 보자. 기대되지 않는가? (132-133쪽)
우리는 진정 부모로부터 어떤 유산을 받기를 원하는가? 앞에서 언급한 물질적 자산은 삶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진정 현재의 우리 자신이 있게 한 ‘그 무엇’이 진정한 유산이 아닐까? 온전한 신체와 정신을 길러 주고 세상 풍파에도 거침없이 대처하도록 혼신을 다해 인생의 진수(眞髓)를 전수해 준 ‘그 무엇’ 말이다.
그것은 앞서 언급한 부친의 시(詩)에 대한 열정과 끈기, 가족애와 더불어, 모친의 엄격한 훈육을 통한 바른 인성 함양 정신과 공사(公私)를 가리는 통찰력, 정직성과 남에 대한 배려 등일 것이다. 결국 나는 부모로부터 막대한 금융자산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유산을 받았다고 자부한다. 깊어 가는 가을밤에 우리는 ‘유산’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199-200쪽)
우리는 죽음을 잘 맞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먼저, 죽음을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인식하는 것이다. 이것이 죽음에 대한 기본적인 학습 태도라고 나는 생각한다. 바로 죽음을 배우는 것이다. 생각 외로 죽음은 항상 우리 근처에서 우리를 염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우리는 가족과 친지를 비롯하여 주변인들의 죽음과 부고를 급작스럽게 접하게 되는 것이다. … 이렇듯 죽음은 우리와 친숙한 관계이기에 ‘우리의 죽음’을 잘 맞이할 준비가 필요함을 역설하는 이유이다. 그것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막상 닥치게 되면 대단한 일이지만). 우리가 자신의 죽음을 미리 예상할 수 없기에 평소에 자신을 돌아보고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그 무엇’을 정리하자는 것이다. 사전 준비 작업을 강조함이다.
바로 ‘엔딩 노트’이다. 죽기 전에 그러한 준비는 개인별로 다양할 수 있겠지만 나는 엔딩 노트의 작성을 권하고 싶다. (230-23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