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편지가 쓰고 싶어집니다
요즘처럼 폰으로 쉽게 보내는 문자가 아니고
손 글씨로 종이에 몇 장을 써서 봉투에 담아
며칠을 기다려서 받는 편지요
한동안 소식이 뜸한 그에게
멀리 떨어져 살게 된 그녀에게
지금은 어떻게 사는지 알 수 없는 그들에게도
안부를 묻는다는 건 결국 나에게 쓰는 글입니다
잊은 게 무엇인지
잃은 게 무엇인지
길가에 핀 꽃이며 바람이며
눈부시게 쏟아진 햇살조차도
대충대충 본 것도 소중하다는 걸
지워지는 연필보다 한번 쓰면 지울 수 없는 볼펜으로
또박또박
오늘 밤 나는 나에게 편지를 씁니다
_「편지」 중에서
큰맘 먹고 친구들이랑 대게를 쪄서
바람 쐬며 수군덕수군덕 먹는데 어떻게 알아챘는지
파리도 주둥이를 내밀며 달려든다
“안 돼 안 돼, 너는 절대로 안 돼”
우리가 손을 내젓는 동안
“한 입만 줘라 딱 한 입만
내가 먹으면 얼마나 먹겠니?”
파리가 말하는 동안에도 친구를 서넛은 더 데려왔다
사정을 알아도 파리에겐 마음을 내줄 수 없어서
같이 먹는 게 조금이라도 용납되지 않듯이
밥 한술이라도 함께 먹는 건
달의 반쪽씩을 나눠 갖는 것인가 보다
_「같이 먹기」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