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내가 산업공학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어떻게 살고 있을지를 상상한다. 만약 다른 전공을 선택했다면 내가 대학원에 진학을 했을까? 지속가능디자인이라는 매력적인 세계를 만날 수 있었을까? 과연 평생 연구를 해야 하는 대학 교수라는 직업을 선택했을까? 다른 전공을 경험한 것이 아님에도 아마 아닐 것이라는 확신이 드는 것을 보면, 산업공학과의 만남이 내 인생을 바꾼 결정적 사건이자 행운이었음이 분명하다.
산업공학은 나에게 지속가능디자인이라는 길을 열어 주었고, 지속가능한 세상을 설계하는 산업공학자라는 꿈을 선사해 주었다. 앞으로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교육과 연구 생활을 통해 자연과 친화적인 지속가능 녹색 세상을 만들어 가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다. (83쪽)
얼마 전 우연한 기회에 이공계 졸업 후 진로를 고민하는 분을 만난 적이 있다. 목표를 가지고 대학에 들어갔고 졸업 후 취업에 성공했지만, 현실은 꿈꾸던 것과 달랐고 결국 퇴사를 결정했다고 한다. 무턱대고 도전하기에 현실의 벽은 높았고, 다른 길을 가야 할지 망설이는 상황이었다. 그동안 여러 과정을 거쳐 이곳에 오게 된 나는 그분의 사연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고, 이런 말을 전했다.
“지금 가는 길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다를 수 있지만, 한번 도전해 보세요. 지금은 보이지 않는 새로운 길이 보일 수도 있어요.”
인생이 원하던 대로 흘러갈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예상치 못한 여러 상황들로 인해 가던 길을 멈추기도, 방향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그렇지만 눈앞에 놓인 길을 한 걸음씩 걷다 보면, 그 선택 하나하나가 모여 지금의 나와 미래의 내가 된다. 모든 사람은 각자 서로 다른 경험을 가지고 인생을 살아가며, 다양한 가치를 만들고 함께 어우러져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간다. 그렇기에 이 세상의 모든 도전은 아름답고 가치 있는 것이다. (134쪽)
그로부터 3년 후, 나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본사에서 나에게 구매지사장을 제안한 것이다. 내 나이 불과 31살이었다. … 마치 인생 상승의 엘리베이터는 딱 1층만 올라갔고 그다음부터는 내 발로 올라가야 정상에 도착한다는 현실을 인지한 지 이튿날이었다. 그길로 바로 서점에 갔다. 도면과 관련된 기본 책들을 구매했지만 영어단어 외우듯이 머리에 외워지지 않았다. 어릴 때 이진법의 방식으로 전공을 결정할 때 내가 이과를 정하지 않은 게 정말 후회스러울 뿐이었다. 그다음 날부터 바로 공장에 가서 업체 실사를 해야 했다. 내가 뭘 알아야 실사를 할 텐데…. 걱정이 많이 앞섰다. 본사 엔지니어도 5명이 와서 같이 실사를 하는 것이기에 걱정이 태산이었다. (150-15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