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한 언어로 보편적 감성을 노래한 시인 김리한,
따듯한 시선으로 자연과 인간과 생과 사를 노래하다”
시인은 작가의 말에서 이같이 밝힌다. “이젠 돌아갈 수 없는 시간들이 시가 되었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가을 들판을 거닐다 호숫가 키 작은 꽃들을 보여 주고 싶다.”고. 이 시는 시인이 붙들어 놓은 시간과 장소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그리고 사랑하는 이에게 보여 주고픈 따뜻하고 정감 있는 것들에, 자신의 심적 공간을 더해 시적 공간을 넓혀 보여 주고 있다.
김리한 시인은 ‘기억의 시인’이다. 그래서 그의 시에는 사랑하는 이들에 대한 기억들로 가득하다. 먼저, 시인은 어둠이 걷히면 새벽이 오듯이 시간 위에 시간이 겹쳐 가뭇하지만 끝내 잊히지 않는 마지막 어머니의 무게를 기억하고 있다. “작은 단지 하나로 바뀐” 어머니를 안고 “붉게 울”던 시인을 본다. 정(情)이 많고 가슴이 뜨거운 김리한의 또 다른 형태의 사모곡이다. 그런가 하면, “가져오신 보따리에서 자꾸자꾸 / 할머니 투박한 손맛들이 쏟아져 나온다 // 머시든지 잘 무거야제” 이웃해 사는 할머니에게서 어머님을 읽는다. “꽃이 피어나던 어느 봄날 / 너도 피었고 우린 함께 / 피었던”, 이제는 “가을 들길에 꽃이 될 / 나의 친구”에게 바치는 그리움의 시 또한 시인의 기억을 묻고 있다.
그의 시에는 자연도 많이 등장한다. 그도 그럴 것이, “태어날 때 몸뚱어리부터 / 봄볕까지 어느 것 하나 / 신세 지지 않은 것이 없”으므로 봄볕, 벌레, 꽃잎, 노을과 그리움이라는 흉터 등 상징적이고 연약한 것들에게까지 시인은 “신세만 지고” 있다. 신세만 지고 있는 시인의 마음이 선해 아름답고, 염치가 있어 더욱 좋다. 결이 고운 시인만이 쓸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시집에는 사물과 인간을 대하는 따스한 시선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노을도, 꽃도, 바람도, 섬도 시인의 시선을 거쳐 새롭게 태어나며 약동하는 존재가 된다. 인생의 의미에 천착하면서 삶의 의미를 규명하려 하는 시인의 여운과 함축미를 지닌 이 작품을 통해 소박한 삶이 주는 감동을 느껴 보길 바란다. 이 시집을 통해 자연과 생명을 느끼고 한층 더 성숙해진 자신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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