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피티어, 꼭두각시 연출가라는 뜻입니다. 시체의 모습이 굉장히 특이하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연쇄살인마의 특징은 시체 절단이나 피를 즐기는 사람 또는 죽는 모습을 즐기는 양상이 있어요. 하지만 이 사람은 조금은 특수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빨랫줄로 고치 모양을 만들었습니다. 피해자의 손이 자유로운 점으로 미루어 보아 단지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용도가 아닌 무슨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여자는 방바닥에서 8㎝ 정도, 남자는 11㎝ 정도 떠 있었습니다. 여기 사진을 보면 역겹기도 하면서 대롱대롱 매달린 것이 어떤 열매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범인은 이런 모습을 경찰에게 보여주기라도 하는 것 같습니다.”
(「도르래 살인사건」)
“먼저 이 자리에는 없지만 큰 도움을 준 김민영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군요. 저는 이동 시간을 고려한다면 실제 5분 동안 어떻게 16방을 찌를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 김민영 선생님께서 결정적인 힌트를 주었습니다. 김민영 선생은 깜지를 비유로 들었었지요. 볼펜을 세 자루를 한 손에 쥐고 동시에 세 글자를 쓰는 것처럼 칼을 여러 개를 쥐고 찌른다고 했었습니다.”
당승표는 박근휘를 보며 말했다.
“박 형사님, 여기에 문제가 없을까요?”
“문제가 있지요. 그래도 상대방이 반항할 경우와 피가 자신에게 튄다는 단점이 있겠지. 내가 말을 하지 않았지만 여기서 교장이 나가는 것을 본 목격자는 교장의 모습은 평소와 같다고 했습니다. 다만 무슨 농기구를 가지고 가는 것 같다고 했어.”
“맞습니다. 감사합니다. 또한 상처가 바둑판마냥 골고루 퍼져야 하는 문제가 있었죠.”
(「황 영감 살인사건」)
“다시는 이혼 얘기 꺼내지 않을게요.”
“우리는 여기까지야. 쿨하게 끝나자고, 가람 씨 처음에 쿨했잖아?”
한준현은 카푸치노를 한 모금 마셨다. 정가람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어떤 생각인지 모르지만 입에서 저절로 말이 튀어나왔다.
“나 임신했어요.”
한준현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커피잔을 내려놨다.
“나 산부인과 전문의야. 당신은 산부인과 간호사고. 우리 모두 임신이 안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잖아.”
“자신할 수 있나요?”
한준현은 상황이 웃긴지 눈이 초승달로 변했다.
“하하, 당신이 임신했다면 내가 당장이라도 이혼하지. 지금 병원으로 가서 검사해 볼까? 이제 그만 해. 당신이랑은 좋은 추억만 가지고 싶어.”
한준현은 커피를 한 모금 더 마시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정가람은 단호한 목소리로 한준현에게 말했다.
“복수할 거야.”
한준현은 상체를 숙여 정가람의 귀에 속삭였다.
“소아과에라도 붙어 있으려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을 거야.”
(「김민영 탐정 데뷔 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