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는데 이제는 생각을 바꿔먹어야겠다. 버릇이 습관이 되고, 습관이 오래되면 성격이 된다 하지 않던가. 그것이 제2의 성격으로 굳어지기 전에 오해로 방치돼왔던 상태에서 나를 건져내야겠다. 아니 건져낼 수밖에 없다. (38페이지)
지금까지 나는 나를 순한 사람이라고 오해하며 살아왔다. 기억해낼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살아온 날들을 되돌아보면 누구와 크게 다툰 일 없이 그저 조용조용 살아왔으니까 말이다. 더불어 사는 세상이니만큼 서로 이해타산이 맞물려 성가신 일이 생기면 거의 내가 좀 손해를 보는 것으로 일을 마무리짓곤 했다. 조금 비켜서는 게 아귀다툼으로 받는 상처보다 쉽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를 순하다고 오해할 소지는 충분했고, 그 오해가 견고해지도록 주변에서도 나를 부추겼으니 내 본질을 알 기회가 없었다. 어릴 적 별명도 ‘순둥이’였다. 어머니는 이렇게 증언하셨다.(39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