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회사를 다니는 것보다 집안일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대학을 와서 네가 하는 것을 보니 너처럼 열심히 살고 능력 있는 사람을 여자라는 이유로 집 안에만 가둬 두는 건 낭비라고 생각했어.”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 친구에게 내색은 안 했지만 손이 떨릴 정도로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내 덕분에 단 한 사람이지만 누군가의 생각이 바뀌었다는 것이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만큼은 특별한 사람이 되었다고 느꼈습니다. (21쪽)
Asian, Female, Ph.D in Engineering. 이제 나는 세상에게 당당히 마이너리티(minority)임을 외친다. 당신도 이미 인류학이 분류한 ‘공.대.여.자’ 카테고리에 들었다면, 스스로 minority beginner임을 인정해야 한다. 성공 스토리보다도 그리 대단한 여정은 아니었지만 미국으로 건너가 박사 학위를 마치고 지금까지 경험하며 느꼈던 일상을 후배들과 나누어 조금이나마 더 당당한 minority로 성장할 수 있는 용기를 줄 수 있다면 좋겠다. 우리는 소외계층이 아니라 레어템이니까. (24쪽)
현장은 그 누구에게도 만만한 곳이 아니다. 그러나 그만큼 얻어지는 것도 많다. 나 또한 열정만으로 무턱대고 가서 후회도 많이 하였지만, 힘들 때마다 지나고 나면 나의 큰 자산으로 남을 것이란 생각으로 하루하루 버텨 왔고 시간이 지나고 나니 현장을 통해 얻은 것이 정말 많다. (105쪽)
내 주변에는 엄청난 속도로 이슈를 해결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구성원이 있고 엔지니어답지 않게 뛰어난 미적 감각으로 기술전략을 디자인하는 구성원도 있다. 술은 입에 대지도 못하지만 훌륭한 친화력으로 내부 조직 간, 내·외부 조직과 협상을 훌륭하게 해내는 구성원도 있다. 성별이 어떨까? 수식어들을 보면 여자 같기도 남자 같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남자 또는 여자가 아니라 능력 있는 구성원이다. 전쟁터에서 내 뒤에 있는 우리 편이 남자냐 여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뛰어난 저격수인가, 얼마나 많은 전쟁 경험이 있는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160~161쪽)
여성과학계에도 박세리와 김연아 같이 롤모델이 될 수 있는 여성 과학자가 나오길 기대하면서, 나를 비롯한 선배 여성 공학인이 노력하고 있고 많은 후배 여성 공학인들도 노력을 한다면 머지않아 준비된 여성 공학인이 주목받는 시대가 올 것이라 생각한다. 그날을 위해서 이겨 내고 준비하는 여성 공학인들이 많이 출현하기를 바란다. (174쪽)
내가 남들이 기대하는 여성 특유의 섬세함 등이 없다는 것도 잘 알고 두세 배씩 노력할 수는 없을 것이며 이 일이 내 운명이라는 확신도 없고 임신 출산이라는 내 몸에 당연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 내 커리어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 어떤가? 사실 사람들은 대부분 계획대로, 원하는 대로 살지 않는다. 아무도 설계할 때 굳이 남성의 강건함을 살리지 않듯이, 설계만 잘하면 되지 굳이 섬세함을 살릴 필요는 없다. 내가 옛날 접했던 글 속의 여성 공학인은 모두 대단한 사람이었지만, 모든 여성 공학인이 그렇게 될 필요는 없음을 받아들였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조차도 굳이 느껴야 할 이유가 없는 감정이었다. (255~25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