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파도 소리가 들리십니까. 푸르른 생명의 소리. 그 푸른 숨결은 어머니가 제게 주신 소중한 선물입니다. 파도가 멈추지 않는 해변. 어머니의 손길이 나의 밤을 환하게 밝혀주십니다. 생명이 있는 곳에 꿈이 있다고 하셨지요. 온 세상이 꿈으로 가득한 그런 나라. 흑백이 없는 나라. 7가지 무지개색만 있는 나라. 그런 나라가 있다고 하셨지요. 어머니와 함께 그곳에서 살고 싶습니다. 흑백논리를 묻은 곳에서 자라난 사이프러스 나무 그늘을 어머니와 함께 걷고 싶습니다.
-본문 ‘꿈의 회로’ 중에서
밝은 이조돌솥밥 식당과 어두운 한양신경외과. 밝음과 어두움. 불빛 속에서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며 맛있게 식사하는 사람들의 환한 미소. 그리고 문이 굳게 닫힌, 어두운 건물에 썰렁한 밤바람만이 서성거리는 무서운 공포와 암울한 절망. 참으로 세상은 팔자소관이었다. 누가 어둠을 원했겠는가. 누가 암울한 절망을 가슴으로 안고 싶어 하겠는가. 세상에는 어두운 그늘이 비일비재한 것을. 누구의 탓도 아니었다. 어느 날 눈 떠보니까 병원이었고 꿈을 꾸다 창을 열어젖혀 보니까 밖에는 까만 밤이었다. 그렇게 밤은 자기 혼자 우리 곁을 찾아왔다. 자기의 규칙대로. 어김없이.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었다.
-본문 ‘돛단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