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에게 말했다. 왜 그 먼 곳까지 가서 걸으려고 하는 거냐고……. 나는 그 친구에게 웃음으로 답했다. 지금 이 순간도 수천, 수만의 순례객들이 나와 같은 질문을 받으며 천년의 길을 걷고 있다. 어떤 이는 종교적 사명으로 걷고 어떤 이는 참 자아를 찾아 걷고 있다. 또 어떤 이는 800㎞를 완주하겠다는 도전정신으로 걷고, 어떤 이는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걷기도 한다. 이처럼 이 길은 목적 없이 떠도는 방랑이나 즐거움을 위한 여행 같은 단순한 길이 아니다. 각자가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걷는 순례이자 정신적인 길이다. 아마도 이 길은 우리 삶의 여정에서 어린 왕자의 별에 발을 내딛는 것과 같으리라. (…) 이 길 위에서 나의 영혼은 날마다 새롭게 성장하고 있다.
_Part 01. ‘용서’ 중에서 (25-26p)
이 세상에는, 온 우주에는 나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 내가 사라지면 세상도 우주도 빛을 잃고 모두 사라지게 된다. 그대도 부디 삶의 여정에서 부끄럽고 후회스러웠던 자신을 용서하기 바란다. 부디 자신을 보듬고 사랑하길 바란다. 그리고 그 자비로운 마음으로 타인을 용서하고, 신의 용서를 구하길 바란다. 언젠가 산티아고 순례길, 이 길 위에 설 그대도 가슴에서 터져 오는 자신에 대한 연민과 용서, 사랑의 힘을 느끼게 되리라.
_Part 01. ‘용서’ 중에서 (42p)
저 깊은 곳에서부터 걷잡을 수 없이 솟구쳐 오르는 그것은 ‘감사’였다. 거대한 자연 앞에 마주 선 나는 아주 작은 존재였다. 그러나 우주는 그런 나를 사랑으로 감싸고 있었다. 광활한 대지도, 세상 끝으로 불어 가는 바람도 모두 나를 끌어안았다. 우주께서는 나에게 ‘모든 것에 감사’하라고 했다. 그랬다. 지구별에서 내가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이, 모든 순간이 감사였다. 감사는 나를 정화시켰다. 나의 마음은 한없이 평온했다. 나의 영혼은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새롭게 거듭나고 있었다.
_Part 02. ‘감사’ 중에서 (113p)
철의 십자가 앞에서 어떤 이는 기도문을 낭송했다. 어떤 이는 소원을 적은 메모를 읽었다. 어떤 이는 묵주를, 어떤 이는 염주를 바쳤다. 어떤 이는 간절한 염원을 새긴 돌을 내려놓았다. 나는 하늘을 향해서 조용히 나의 기도를 올렸다. 신의 절대적 권능의 상징 앞에서 눈물을 삼킨 그녀도, 하염없이 울던 그녀도, 기도문을 암송하던 이도 모두가 그대들의 소망을 이루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는 그대 또한 삶의 어느 길에 있든 그대의 간절한 소망이 하늘에 닿기를 바란다.
_Part 03. ‘소망’ 중에서 (191p)
그들의 눈빛은 선하고 진실했으며 가슴은 따뜻했다. 종교와 인종, 나이를 초월한 인간의 참된 온기가 가슴에서 가슴으로 전해졌다. 순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가슴 저 깊은 곳에서부터 복받쳐 오른 감정은 뜨거운 눈물이 되어 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것은…… 그것은 사랑이었다. 아무 조건 없이, 아무런 이유 없이 상대방을 축복하고 따뜻한 온기로 보듬는 것.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길의 끝에는 ‘참된 사랑’이 있었다. 신은 산티아고 800㎞의 여정을 완주한 순례자들에게 마지막 선물로 참된 사랑의 메시지를 주었다.
_Part 04. ‘사랑’ 중에서 (25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