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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책

  • 책자이미지
  • 어미

    • 저자
      황단아
      페이지
      264 p
      판형
      128*188 mm
      정가
      13000원
    • 출간일
      2020-09-15
      ISBN
      979-11-5776-939-1
      분류
      문학
      출판사
      책과나무
    • 판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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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시와 수필, 소설을 쓰며 꾸준한 작품 활동을 해 온 황단아 작가의 첫 소설집이다. 출산을 앞둔 딸과 어머니와 ‘몽이’의 이야기를 그린 표제작 「어미」를 포함한 단편소설 여덟 편을 묶었다. 평범한 우리들의 주변에서 한 번쯤은 만나보았을 법한 사람 냄새 짙은 캐릭터들과 질기고 처연하면서도 거룩한 그들 사이의 인연, 곧 사람과 관계의 여러 모습들을 소설로 녹여냈다. 작가만의 특별한 매력을 지닌 작품들이 ‘낯익지만 낯선’ 감성으로 독자에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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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경북 경주 출생으로, 무궁화 문학상, 포항소재문학상, 경북문화체험수필대전 등에서 수상했다. 한국산문 신인상으로 등단했고 중랑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에서 수상했다. 한국산문문인협회, 중랑문인협회 회원이다. 수필집 『고무래』(2017년 문학나눔 도서 선정)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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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작가의 말
어미
중독
치매
호수에 비친 하얀 집
향이
택시 운전사
너울성 파도
파도가 출렁인다
해설 — 탯줄보다 더한 거룩한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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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소개

윤이는 먼저 미역국을 끓였다. 소고기를 들기름에 볶았다. 미역을 씻어 같이 들기름에 볶아서 물을 붓고 미역국과 밥을 했다. 삼신할머니에게 ‘수인이 왔어요?’ 보고를 했다. 작은 상에다 미역국과 밥을 얹고, 물도 같이 놓고 수저를 놓았다. 속으로 수인의 건강을 빌고 산모의 건강도 같이 빌었다. 삼신할머니에게 빌었던 상을 딸에게 먹으라고 내밀었다. 딸은 순식간에 먹었다.

(34쪽, 「몽이」)

 

일찍 결혼해서 별난 시어머님 밑에서 고생 많이 하고 살았다. 이제는 편안하게 살고 싶다. 시어머님에게 시집 살고, 며느리 시집을 또 살아야 하니? 당장 나가라. 도저히 같이 못 살겠다. 내가 잘해 주고 싶었다. 하지만 무시당하면서 한집에 살고 싶지 않다.

(58쪽, 「중독」)

 

정아도 나이가 들면 엄마처럼 되지 않을까?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엄마에게 최선을 다해 잘해 보리라 다짐을 했다. 엄마의 정신은 몇 살에 머물고 있을까? 아마도 20살에 머물고 있는 것 같았다.

(87쪽, 「치매」)

 

나는 친구에게 원이를 소개했다. 원이는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장어는 내가 구웠다. 식당에 가서 굽는 음식이 나오면 항상 내가 굽는다. 다른 사람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이 즐겁다. 대신 나는 굽는다고 많이 안 먹어도 되지 않는가.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고기를 굽게 되었다. 나는 장어를 구워서 진숙이 앞접시에 담아주고, 진숙이 남자친구에게도 올려주었다. 원이에게도 노릇노릇하게 구워서 올려주었다.

(194쪽, 「너울성 파도」)

 

서로가 한 번씩 사별한 경력이 있다. 희숙은 남편을 늦게 만나 함께 보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이제 먹고살 만하니까 원양어선을 타지 말라고 투정을 부려보지만, 남편은 전혀 반응이 없다. 각자 살아가는 방법이 있으니 억지로 말리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함께 살다보면 부부란 싸우기 마련이다. 떨어져 있다가 가끔씩 만나면 연애하는 기분으로 살아가는 느낌이 든다. 몇 달 만에 남편의 얼굴을 보면 눈물이 난다. 두세 달씩 바다에서 살고 나오면 집에서 며칠 쉬고는 어김없이 배를 타고 들어간다. 희숙은 남편의 뒷모습을 보면서 등대와 친구 되어 서성인다.

(87쪽, 「파도가 출렁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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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본성,
우리는 다 인연에 중독되어 있다”

단편소설 여덟 편을 묶은 소설집 『어미』에는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 주변의, 어쩌면 우리 자신일 수도 있는 사람들과 관계의 풍경들이 그려져 있다. 출산을 앞둔 딸과 어머니, 알코올 중독인 며느리를 한집에 들인 시어머니, 치매인 어머니를 봉양하는 맏딸과 형제들 같은 이야기들은 물론 모든 사람이 다 겪을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어떻게 보면 쉬이 접할 수 있는 흔하고 뻔한 모습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별것 아닐 수도 있는, 뻔한 내용을 읽고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는 바가 있는 것은 그 속에 작가만의 철학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향방은 쉽게 예상할 수 있어도 캐릭터의 심리가 도대체 쉽지 않은 것, 그 마음의 깊이 속으로 들어가 보는 것도 우리가 소설을 읽는 또 하나의 이유다.
“무슨 인연이 이런 인연이 다 있는지,” 스쳐 가는 사소한 만남도 다 중히 여기고, 관계의 끈을 붙잡고 놓치지 않으려는 고집스럽기까지 한 애틋함을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한 사람이 있기까지, 한 삶이 있기까지, 너울성 파도를 비껴간 사람은 없을 것이다. 파도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빠르게 소멸되지 않는다. 바다의 일생을 한꺼번에 갈아엎어 속을 다 토한 다음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용하다. 너울성 파도가 지나간 자리엔 삶의 잔해가 어지럽게 널브러져있다. 그것을 버린 자도 인간이요 그것을 치우는 것도 인간이다.”(주인석 작가, 해설 중에서)
황단아 작가는 질기고도 거룩한 인연이라는 주제를 다양한 캐릭터들과 사건들을 묘사하는 독특한 스타일로 그려낸다. 꾸준히 수필을 쓰고 발표하여 책으로 출간하기도 한 이력이 있는 저자만의 매력이 느껴지는 스타일을 접해 보는 것도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을 읽는 묘미가 될 것이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로 모두가 어려운 시국에, 기나긴 장마와 태풍, 수해가 여름을 뒤덮고 지나갔다. 어지간한 만남과 모임이 다 온라인, 비대면, 비접촉으로 이루어지는 가운데, 독자들은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을 읽으면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 맺어지는 관계, 다시 그 관계에서 빚어지는 인간됨이란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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