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얏!”
그만 한라산 꼭대기가 설문대할망의 엉덩이를 콕 찌르고 말았어요. 잔뜩 화가 난 설문대할망은 입에 거품을 물고 큰 소리로 외쳤어요.
“에잉, 이것이 나를 찔렀겠다! 도저히 참을 수 없다. 용서치 않겠다!”
화를 삭이지 못한 설문대할망은 순식간에 한라산 꼭대기를 뽑아서 던져 버렸어요. 그 순간 꼭대기는 산방산이 되었고 움푹 파인 곳은 백록담이 되었으며 산방산이 되려다 떨어져 나온 조각은 범섬이 되었어요.
이렇게 생겨난 백록담에는 평화롭게 구름들이 떠다녔고, 하얀 사슴이 뛰어놀았어요. 그리고 백록담에는 물이 차올라 설문대할망의 세숫대야가 되었어요.
_「거신 설문대할망과 장강수」 중에서
옛날옛날 아주 먼 옛날에 제주바다에 영등할망이 살고 있었어요. 그 옆에는 무시무시하게 생긴 외눈박이 거인이 살고 있었어요.
세찬 태풍이 몰아치던 어느 날, 고기잡이 나갔던 제주 어부들이 풍랑을 만났어요.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그러나 그 넓은 바다에는 아무도 없었어요. 어부들이 탄 배는 무서운 파도에 휩쓸려 그만 외눈박이 거인이 사는 나라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_「바다의 신 영등할망 이야기」 중에서
칠흑 같은 어둠을 헤치며 양쪽으로는 원시림이 우거진 숲속 길, 어디선가 산짐승도 요란하게 울어 대기 시작했어요. 여우, 늑대 소리까지 연이어 들려왔어요.
“컹컹!”
“호오이, 호오이!”
이런 밤, 사람들은 여우 소리를 가장 싫어했어요. 여우는 매우 교활하고 변장까지 하여 사람을 많이 속이는 동물이기 때문이지요.
젊은 전령도 마찬가지로 여우 소리를 가장 무서워했어요. 사방으로 들려오는 여우 소리를 들으며 빨리 명월포로 달렸어요. 그때 희미한 불빛을 보았어요.
“아직 원은 먼데 무슨 불빛이지? 벌써 원에 가까워졌단 말인가?”
기이했어요. 아무리 주위를 살펴봐도 원의 불빛은 아닌 것 같았거든요. 점점 불빛이 가까워졌어요. 그런데 더 이상한 건, 불빛이 이리로 가까워 오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탄 말이 불빛 쪽으로 달리는 것이었어요. _「무시무시한 물달운 여우 이야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