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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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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

    • 저자
      김창환
      페이지
      368 p
      판형
      152*225 mm mm
      정가
      15000원원
    • 출간일
      2020-12-05
      ISBN
      979-11-5776-976-6
      분류
      문학
      출판사
      책과나무
    • 판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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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길은 인생살이의 은유이자 삶 그 자체다. 저자가 낯선 길을 따라 다가갔던 만남들,
그러니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길이 있었다. 삶의 길에서 만났던 숱한 사람들이 있었지만
마음의 바람이 일었던 이들, 소리꾼 장사익이나 김성동 작가 같은 유명인도 있지만
이름나지 않은 이들도 두루 만났다. 반듯한 길을 빠르게 달린 것과는 먼,
굴곡 있는 삶을 살아온 사람들, 내가 걸어 온 길도 돌아보듯,
그들의 이야기를 나누고자 책으로 엮었다.

...
저자 소개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 읽었던 소설 상록수,
그 주인공처럼 농촌운동가가 되겠다는 지순한 바람을 품었으나 그 길을 비켜나
푸른 제복으로 젊음을 건너왔다. 무릎이 성치 못하다는 판정을 받고도
마라톤에 빠져들었거나 거칠게 산을 오른 것은 내면의 반향이었을까?
우연히든 마음의 바람이었던 길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만남은 또 이야기를 만들었다. 흐르는 강물처럼 구불거리는 삶을 살아왔거나
때로는 물길을 거슬러 강단 있게 살아 온 모습들은 너와 나의 이야기이기도 한데,
내가 나누었던 이야기를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은 욕심을 가졌다.
여기 너와 내가 가보지 않았던 길을 간 이들을 만나 잠시라도 동행이 되는 기회를 만들어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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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머리말
소리꾼—장사익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이원규
만다라—김성동
변산공동체학교
진도, 진도 사람들
걸레 같은 삶이란—박노은
성황림이 곁에—고주환
자연인—김영순
찌아찌아 한글 선생님—정덕영
광부의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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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소개

장사익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마찬가지였다. 박자와 형식에 집착하지 않고 그만의 가락을 만들었던 것처럼, 격이라는 것은 소박(素朴)함 속에서 절로 솟아 나오는 샘물 같은 것임을. 

세월은 가고 또 오는 것이고 우리네 삶도 그러한 것. 빈손으로 두리번거리고 흔들리며 길을 지나왔던 것처럼, 그의 삶은 고단하기도 했지만 끝내 그 신명과 흥을 찾아 나섰고 그 신명과 흥을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었다. 

어린 시절은 설레었으나 강줄기처럼 구부러지고 비탈진 삶의 길을 유랑하듯 흘러가면서도 오랫동안 꿈꾸었던 길을 찾았으므로. 

(51쪽, 「소리꾼 — 장사익」)

 

그가 정착한 곳에는 ‘예술곳간 몽유(夢遊)’라는 문패가 자랑스럽게 그려져 있다. 가끔 그를 만날 때마다 나는 ‘시인님’이라고 부른다. 나도 문장의 꿈을 꾸는 자이지만 나의 삶은 그처럼 온전히 시가 될 수 없다. 삶의 일부가 시일뿐이다. 알 듯 모를 듯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그의 시속에는 시공간 속에서 생을 영위하는 존재들이 꽃으로 피어나듯 한다. 그러니 그의 시는 향기가 날 수밖에 없다. 그가 태를 묻은 경상도와 오랫동안 산의 일부로 전전했던 전라도의 사투리가 든 시가 그렇다.

그는 속세를 떠나듯 지리산을 숨어들었다가 구생(求生)을 이루었고 이제 구도(求道)를 얻으려 하는 듯, 도는 산에서만 구해지는 것이 아닌 듯했다. 

(90쪽,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 이원규」)

 

난로의 온기에 몸을 한기를 털어내었을 때도 짧은 겨울해가 기운지 한참 지났지만 그는 저녁은 먹었는지도 물어봐주지도 않았다. 낯선 영역을 기웃거리는 침입자처럼 불편한 마음이 풀어지는 것이 아니라 졸아드는 느낌이었다. 

“원래 그렇게 퉁명스러우세요? 그에게 다가가려는 몸짓이었을 것이다.

“내가 원래 그래요. 누구에게도 친근하게 대하지 못하는 게.” 이해가 오는 듯도 했지만 그이 말이 선뜻 다가서지는 않았다. 차를 한 잔 내주고 그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로 예술에 대한 그의 시각이었다. 그가 정말 십대 후반에 그런 삶의 지평을 펼치는 그런 언어를 구사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었다. 그 밤에 그가 한 말 중에 기억하는 몇 가지는 내 마음속에 옮겨졌다.

(221쪽, 「진도, 진도 사람들」)

 

시련의 계절을 지났지만 그에게는 신성한 숲의 나무들이 곁에 있었던 듯싶다. 일본인 기술자가 철수하면서 회사는 어려운 사정에 직면했고 그는 독학으로 일본어를 배워 읍소하듯 기술을 전수받았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그가 이룬 성취는 대단한 것이었다. 그는 작은 회사를 운영하게 되었고 주말이면 어머니가 계셨던 마을로 돌아와 숲을 오르내리고 철따라 숲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전해주었다. 철따라 이어지는 그 이야기들은 숲을 기대고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어 더 진진했다.

(265쪽, 「성황림이 곁에—고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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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너와 내가 가 보지 않았던 길을 간 이들의 이야기”

길은 두 발로 서서 걷는 사람의 삶과 가장 가까이에 있으면서 인생살이의 흔한 은유가 되곤 한다. 1960년 경자년에 태어난 저자는 2020년 두 번째 경자년을 맞이했다. 예순 갑자를 한 바퀴 도는 동안 삶은 늘 어느 길 위에 있었다. 인연과 사연과 우연으로 이어진 만남들이 있었고, 만남들은 사람 사이를 잇는 길로 저자를 이끌었다.
시집 『장터목』과 산문집 『무신론자를 위한 변명』 등 책 여남은 권을 낸 이력이 있는 저자의 이번 책은 그가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단순한 인터뷰나 스케치 모음으로 그치지 않는다.
익히 이름난 예술인들과 작가들의 작품 세계와 생활 세계를 깊이 들여다보고, 특별한 삶의 이력을 지녀 세간에 알려진 이들을 찾아 이야기를 나누면서 써내려간 글을 통해,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인문학적 지식의 너른 지도 위에 길을 표시하듯 사람들의 자리를 찾아주고 있다. 언뜻 평범한 듯 보이는 무명의 생활인을 길에서 만나더라도, 그만의 고유한 삶의 결을 이룬 내력과 말과 생각들을 충만하게 길어올려 풍성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대로를 직선으로 행보한 이는 없었다. “흐르는 강물처럼 구불거리는 삶을 살았거나 그 물길을 거슬러 오르듯”(머리말 중) 한 길 위의 사람들이었다. 그들에게로 향해 가는 길이 또 하나의 길이 되었다.
길을 가는 것이 곧 삶을 사는 것이었고, 그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은 곧 인생길의 길벗이었고 수행길의 도반들이었다.
이 책 속에 난 길을 따라 저자와 동행하며, 그가 들려주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될 것이다.

▮ 저자의 말

누구나 그렇듯 사는 게 아주 힘들 때가 있었습니다. 집안에서도 문밖을 나가서도. 못난 자가 요행을 바라듯 한참을 기웃거리다 전철역 입구에 포장을 감은 점집에 들어간 적이 있었습니다. 주판알을 튕기듯 셈을 놓던 여인은 처음에는 듣기 좋은 말을 이어가더니, 결론처럼 하는 말은 이랬습니다.
“당신의 팔자는 가시나무새 같은 운명이야.”
아일랜드의 전설에 나오는 새의 이야기지요. 둥지를 나와 평생을 편히 쉬지 못하고 새끼들에게 먹이를 날라 먹여주기 위해 쉼 없이 날아다닌다는 새, 그러다가 일생에 한 번 가장 슬픈 노래를 부르고 날카로운 가시나무의 가시에 가슴을 찌르고 죽는다는 새.
그때는 너무 힘들었으니 그 마지막 말이 참 슬프고 우울하게 내 곁에 오래 머물렀던 것 같습니다. 그로부터 십여 년이 지났습니다. 세상을 떠돌다 제 자리로 돌아오듯 새로운 출발점에 선 듯한, 갑(甲)으로 돌아온 길에서 내 운세를 엿보아주었던 점집 여인의 마지막 그 말이 참 아름답게 다가왔더란 말입니다.
정말 그랬습니다. 아침마다 새벽에 나가 한 시간 반쯤을 걸어 출근을 했고 주말이면 깊은 계곡으로 망망대해에 떠 있는 외딴 섬으로, 그리고 높고 쓸쓸한 산봉우리를 떠돌았으니까요. 그렇게 떠돌던 길에서 줍거나 대지가 전해준 이야기들, 빈 수레가 요란한 소리를 내듯 열두 번째, 책의 제목이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입니다.
목적지로 가려면 길이 있어야 하듯이 사람에게로 가는 것도 반드시 길이 있었습니다. 낯선 사람에게 다가가는 것만이 아닌, 뭔가를 탐색하듯 마주하는 것이 얼마나 고단한 일이었겠는가를 알 수도 있으려나요. 아마 제가 유명인이었다면 낯선 사람에게로 가는 길이었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훨씬 수월했겠지요. 경우에 따라 대접도 받고 형편에 따라 여비 정도는 챙겨올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러지 못했으니 다행스럽게도 좀 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제 맘대로 쓸 수도 있었을 것 같네요. 열 번째 주인공인 광부의 아내는 처음에는 호의적으로 자기 이야기를 해주다가 점점 숨어들어갔으니 저도 좀 자괴스럽기도 했겠지요. 뭐 남의 후미진 곳을 들춰내듯.
아무튼 길 위의 인문학이라면 좀 거창한 듯, 내 곁에 있는 누군가도 길에서 만나 잠시 동행한 누군가도 내가 가진 시선을 거두고 그의 시선에 눈을 맞출 수 있기를, 바람을 가져봅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그날까지,
다시 길을 나서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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